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는 고심한 끝에 일단은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 기도 드리면 인도해 주시리라 믿고 딸애랑 함께 가 아기를 보는 순간 불쌍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이렇게 어린 생명을 내버리기까지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그날부터 아기는 우리 집에 오게 됐고 예비하신 가정으로 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마음으로는 우리가 기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나이가 많은 편이고 장부 요셉과 의논해야 하는데 마침 해외 근무 중이어서 전에 그런 말을 비쳤을 때 원치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망설여졌습니다.
또 아기를 위해서도 젊은 부모 밑에서 자라야 상처를 덜 받고 자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잘 기를 자신도 없었고요. 애들은 앞 뒤 생각 없이 무조건 기르자고 졸라댔지만 어디까지나 결정권은 장부 요셉에게 있었기에 아빠에게 말씀드려보자고 했지요.
그런데 사람의 정이란 참 무서운 것 같습니다. 아기에게 그렇게 사랑이 갈 수가 없더군요. 그동안 생명수호운동을 했었고 교황님이 집필하신 생명의 복음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 그 신비함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고 그 내용 중에는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셨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장부 요셉과 통화하면서 말을 비쳤는데 한 마디로 거절하는 거였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잠자는 애기를 바라보면서 또 상처를 받는다 싶어 애들 앞에서 막 울었더니 애들도 따라 울면서 고 2년생인 큰 딸 아이가 『난 아빠의 인격을 믿어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고1인 작은 딸은 『만약에 아빠가 아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기가 집을 나가겠다』면서 『저는 이만큼이나 커서 집을 나가서도 살 수 있지만 이 아기는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니 저 대신 아기를 길러 주시라고 아빠한테 말씀드린다』더군요.
인간적인 갈등 중에 시간이 흘러 8월말에 장부 요셉은 귀국을 하게 되었고 전날 이모네에 맡겼던 아기를 데려와 걱정스런 마음으로 『당신 아들』이라며 품에 안겨주니 뜻밖에 얼른 받아 안아주었고 녀석은 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아빠의 귀도 만지고 코도 만지며 좋아하는 것이었어요.
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 이 아기와 아빠는 천지창조 이전부터 부자의 인연을 하느님께서 맺어 주셨구나 하는 감사의 마음이 들면서 편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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