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래 최대의 경제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를 살리자는데 교회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국 각 교구, 본당, 단체들이 경제난 극복 행렬에 속속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90년 전 나라 빚을 갚기 위해 시도된 국채보상운동을 재연하자는 주장까지 대두되는 것을 볼 때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대구의 한 평신도 실업가(서상돈)가 주창한 이 운동은 곧 바로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번져나갔던 사실이 떠올려지기 때문이다. 간악한 일제의 방해공작이 없었다면 수년 내 국채를 갚고도 남을 정도였다는 당시 이 운동의 불길은 기생들까지 동참하며 남녀노소 모두가 쌈짓돈과 금가락지까지 내놓으며 타올랐던 사실은 시사 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당시 무지몽매한 백성들에게 일치의 힘을 실감시켜준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발휘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교구 및 본당예산 절감, 본당 상호간의 재활용모색, 사교육 억제를 위한 교회시설 활용, 청소용역 없애기, 각종 행사의 간소화, 전화통화 및 자가용 운행 절제하기, 장롱 속에 잠자는 외화 모으기 등 지금 우리 교회가 벌이고 있는 이런 노력과 정성은 분명 세상에 번져갈 것이리라 확신한다.
이 같은 교회의 활동과 더불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이례적으로 평화의 날 담화를 발표하면서까지 경제난 극복에 교회가 앞장서자고 촉구한 사실을 주목한다. 지난 4일 주의 공현대축일을 기해 발표된 주교 정평위 담화 내용 중 『성직자 특히 본당사목자들부터 가난한 사람들과 하나 되는 삶을 솔선수범하자』는 주장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교회지도자들인 성직자들이야말로 교회 안팎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사제들의 가난한 마음은 분명 우리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전국 1천여 본당들이 한 마음으로 연대하여 빛과 소금이 되는 집단이 되어 절망 속에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차제에 단순한 경제 살리기만이 아니라 국민정신 개혁운동에 앞장서는 한국교회가 됐으면 좋겠다. 견뎌내고 이겨낼 만한 고통을 주시는 그 분의 뜻을 다시 새겨보며 2천년 대희년을 향해 나아가는 신앙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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