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국에서 가장 큰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인 신자가 교회를 대상으로 막말을 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였다. 그는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가 해명한 내용은 표현의 강도만 다를 뿐 여전히 교회를 비난하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현 정부 들어 입각한 일부 신자들도 교회의 주장이 소속 정당의 견해와 다를 때 자주 교회를 비난하였다. 교회 안에서도 사정은 비슷하여, 특정 주교의 발언이 아니라 주교회의의 공식 성명이었음에도 이를 비난하는 신자들이 있었다. 아직도 이러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공식 입장과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것을 나무라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들의 태도에 교회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에 화제를 삼아보려 한다.
이분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먼저, 교회는 정치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의 연장에서 성직자와 수도자는 정치적일 수 있는 발언이나 그런 행위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정책에 동조하거나, 유리한 것일 때는 그 발언이 정부를 향한 것이어도 침묵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견해가 다르면 성직자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 공통점 각각에 대하여 필자 나름의 입장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먼저, 교회는 정치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도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니 말만으로 보면 교회가 부당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는 교리 또는 교회의 가르침과 어긋날 때 종종 정치에 관여해왔다. 이를테면 배아복제 반대, 안락사 및 낙태 반대, 사형제 폐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럼 이런 일들은 정치적인가, 교회적인가? 필자가 기억하기에 이러한 일들에 대하여 신자들이 비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을 옹호하는 예언적 선포일 때만 비난하였다. 비난의 근거는 국가안보, 또는 국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을 다 겪어보니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 국익보다는 특정 정당 또는 정치세력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목적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회의 공동선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사실 교회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권력이나 교회의 다른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저 신앙의 눈으로 예언적인 선포를 하였을 뿐이다. 복음에 오직 위로만 있던가? 우리의 양심을 불편하게 하는 내용들이 더 많지 않던가?
둘째, 성직자 수도자는 이런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성직자 수도자도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복음을 선포하거나 사는 이들이 자신의 양심에 입각하여 발언하거나 행동하는 것은 권리이기도 하다. 고위관료, 정치인이 되려는 것이 아니고 신앙에 입각하여 자신의 주장을 하는 것이기에 지극히 정당하다. 정권에 유리한 발언을 하는 성직자는 정당한 일을 하는 것이고, 반대하는 주장을 하는 성직자는 정치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셋째, 자신들의 입장과 같은 주장에는 침묵하는 태도이다. 이전 정부에서 사학법 개정에 대해 교회가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때는 지금 비판에 앞장서시는 분들이 이 주장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그 전 정권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다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발언도 하셨는데 이에 대해서도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분들의 주장이 정당하려면 교회의 모든 발언에 대하여 같은 입장이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견해가 다를 때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이다. 필자도 면전에서 일부 신자들이 거침없이 사제들에게 거친 언사를 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이런 모습은 사회에서도 드물게 보는 일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그래도 성직자인데 그렇게 예의 없이 행동해도 되는가?
일부 신자들이긴 하지만 이처럼 교회와 불일치하며,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다른 발언이라고 정도를 벗어난 언행을 하는 일은 걱정스럽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행위가 더 정치적이고 위험하다. 이런 일은 “선의를 지닌 모든 사람과 협력하여, 무엇이든 참된 것과 의로운 것과 거룩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을 증진하도록 노력하여야”(평신도교령, 14항) 하는 평신도의 임무에 어긋나는 것이다. 교회의 정당한 사목행위를 비난하기 전에 우리들 먼저 복음의 눈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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