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녜스, 마리아야! 오늘은 내가 공짜커피 한 잔 줄게 먹고 가라.
수녀원 가는 날이니까 공짜로 차 한 잔 준다.”
신부님은 성당 마당이라도 쓸어야 차 한 잔을 주셨습니다.
공짜커피 한 잔 먹고 그날 우리는 수녀원에 입회하였습니다. 공짜커피 덕분에 저희들은 공짜로 수녀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신부님의 덕행 중에 으뜸 덕행인 가난 덕과 기도생활, 철저한 사목생활을 보고 배워서 수도생활에서 흉내를 내어서 따라 해보려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주머니에 돈을 넣어 놓고 살지 않으신 신부님, 돈이 생기면 누구에게나 필요 한 때에 거저 주시던 신부님, 신부님은 그렇게 저희에게 많은 것을 공짜로 주셨습니다.
수녀원 입회 날 데려다주지 못했다고 저희들 예비수녀 일 때 대림시기에 면회를 오셨는데 차림이 남루한데다 대림에는 면회가 불가한때라 면회가 허락되지 않아 쫓겨가실 위기에 처했을 때 본당신부라고 이야기 하시어 저희들을 가까스로 면회를 하시고 수녀원 창설자이신 소 알로이시오 신부님과 사제관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가시면서 ‘소 알로이시오 신부님 사제관을 보고 나니 내가 가진 것이 많다.’하시면서 돌아가시어 사제관을 정리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신부님의 삶은 가난 그 자체이셨습니다. 신부님의 장례미사를 봉헌하면서 많은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참 부끄러웠습니다. 신부님의 덕행들을 보고 배운 제가 그렇게 흉내를 못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운하고 슬픕니다. 이 세상에서는 이제 신부님을 뵈올 수 없음이….
같이 입회한 딸 마리아를 2004년 먼저 하느님께 보내고 참 많이도 마음 아파하셨는데 이제 하늘에 오르셨으니 마리아를 만나시어 함께 하느님 품에 안기소서.
이제 또 감히 청합니다. 하늘나라 하느님 곁에 계시니 꼴통인 이 딸을 위해 또 공짜로 기도해 주십시오. 공짜로 안 주시는 신부님이시지만 수녀인 딸이 빈손으로 청합니다. 공짜로 가난한 저희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이제는 저도 신부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느님 품에서 평안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두 손을 모읍니다. 하느님 품에서 편히 쉬십시오.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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