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포 남짓 전에 나는 바람(風)을 맞았다. 전문용어로 뇌졸중이라고 하던가? 밤중에, 그것도 졸지에 당한 일이라 할 수 없이 119 신세를 져야했고 망연자실한 아내와 함께 혼잡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하룻밤을 지새워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뇌혈관이 터진 건 아니어서 의식은 명료한 상태였는데,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몸 반쪽이 손가락 하나 꼼짝거릴 수 없는 절망적인 상태였는데도, 앞날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보다는 신비감이랄까, 임종의 경이감 같은 감정이 내내 휩싸여 있었다는 사실이다. 겉모습은 물론이려니와, 체온이나 촉감 등 모든게 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데, 어떻게 단 한가지 「움직일 수 있는 기능」만이 감쪽같이 사라질 수가 있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한쪽이 마비되었을 뿐인데, 왜 혼자서는 일어설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게 되는 것일까? 도대체 이렇듯 정교한 과학이 어디에 있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상상을 초월한 신묘함 앞에서 나는 크게 숨도 쉴 수가 없었다.
- 주님,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그런데, 당신의 뜻이란 그간 말씀대로 살지 못한데 대한 「경고(警告)를 주심이었을까? 입원 다음날부터 회복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도 거짓말처럼 빠르게…. 입원 사흘만에 통원 치료를 받고 싶다고 했더니 모두들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빨라도 한달 정도는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게 정상이라면서….
완전치는 못하지만, 열흘만에 퇴원을 하여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 하루에도 수없이 그 「경고」의 의미를 헤아리면서….
- 주님,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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