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과를 마치고 하루를 마감할 때면 버릇처럼 컴퓨터를 켭니다. 우선 메일을 체크하고, 인터넷에 들어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 창을 엽니다. 2년 넘게 꾸준히 해 온 일, 개인성경 쓰기를 위해서지요.
2008년 정초 이 사이트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놀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구약에서 신약까지 그 방대한 성경이 입력되어 있는데, 한 줄에 한 절씩만 써 놓고 그 아래에다 우리가 보고 쓸 수 있도록 칸을 비워둔 것입니다. 철자는 물론 띄어쓰기, 점찍기 등 작은 것 하나만 틀려도 다음 칸으로 못 넘어가게 하는 아주 똑똑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와, 성경 공부뿐 아니라 국어 공부까지 시키는구나. 도대체 누가 이렇게 멋진 걸 만들었을까?’ 당사자 주소를 알면 감사의 편지라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2006년부터 시작한 것이라는데, 당시 개인성경쓰기에는 10대에서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 2만여 명이 참가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15세 미만의 청소년이 500여 명이나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요.
어쨌거나 그날부터 매일 아침저녁 한두 장씩 쓰면서 주님과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기에, 그때그때 상황 따라 기쁨도 맛보고, 눈물도 흘리고, 희망도 얻고, 위로도 받으면서.
지난 6월 어느 날 밤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날 써야 할 곳은 묵시록 20장이었습니다. “…죽음과 저승이 불 못에 던져졌습니다. 이 불 못이 두 번째 죽음입니다. 생명의 책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불 못에 던져졌습니다.”
아, 영세한 사람은 바로 이 생명의 책에 기록되는 것이로구나. 그럼 내 수첩에 적힌 선교대상자들, 하루속히 인도해야겠네. 혼잣말을 하며 또 계속 써내려 갑니다.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 …나는 목마른 사람에게 생명의 샘에서 솟아나는 물을 거저 주겠다.” 맞아요. 맞아요. 주님께선 저에게 생명의 물을 주셨어요. 그 물 덕분에 생기 있게 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22장이 나왔습니다. 계속 썼습니다.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빠는 이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는 권한을 받고, 성문을 지나 그 도성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저는 생명나무 우거진 도성으로 들어가는 사람처럼 가슴 설레며 계속 써 내려갔지요. 끝으로 “주 예수님의 은총이 모든 사람과 함께하기를 빕니다.”라고 쓰고 나니 입력완료 표시가 나왔습니다. 그게 바로 요한묵시록, 아니 성경 전체의 마지막 구절이었지요.
와! 저는 어린애처럼 기뻐하면서 손뼉을 쳤습니다. 그동안 잠에서 깨자마자, 그리고 자리에 들기 전 꼬박꼬박 한두 장 씩 써왔던 성경쓰기! 그 일에 마침표를 찍은 것입니다. 신이 나서 입력완료 된 사람이 들어가는 ‘명예의 전당’을 찾아갔지요.
맨 위에 제 이름이 나와 있고 “축하합니다!”라는 붉은 글씨가 확 눈에 띄었습니다. 여러 가지 정보도 나왔습니다. 자세하기도 하지요. 시작일시 2008년 1월 30일 오후 7시56분39초. 종료일시 2010년 6월 18일 오후 10시19분31초. 소요일 871일. 등재 번호 4044호. 놀랍게도 전체 참가자는 거의 4만 명에 육박했고, 15일 만에 입력완료한 사람, 17차까지 거듭 쓴 사람도 있었습니다. 와, 와, 이분들은 자판 위를 날면서 주님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구나! 그들에게도 짝짝짝 박수를 보냈습니다.
저도 물론 이튿날부터 새로 쓰기 시작했지요. 오늘은 아브라함이 백 살에 늦둥이 이사악을 얻는 이야기를 쓰며 이 땅의 불임부부들을 위해 화살기도도 쏘아 올렸습니다. 어쨌거나 저를 매일 아침저녁 주님 말씀에 귀 기울이도록 이끌어 주신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 운영진 여러분께 감사, 감사! 주님의 축복 듬뿍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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