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에서 애타게 ‘님’을 그렸던 만해 한용운은 ‘군말’에서 자신이 그리는 ‘님’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님’만이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중략)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羊)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
‘기루다’란 말은 ‘그립다’의 옛말이다. 학계에서는 그 어린 양이 무엇인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 놓고 있지만, 그 중 시대의 어둠을 밝히고 정의를 되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바로 그 어린 양일 것이라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토록 독립을 염원했던 만해 한용운이 애타게 그리워하며 기다렸던 ‘님’은 다름 아닌 시대를 밝혀 줄 청년이 아니겠는가.
2010년 7월 6일 안동교구 쌍호분회의 뜨거운 흙 위에서 그 ‘님’을 만났다. 시대의 어둠을 밝혀줄 님, 진리를 위해 자신을 헌신할 줄 아는 그 님은 다름 아닌 서울과 홍콩의 가톨릭대학생연합회 학생들이었다.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온몸이 흠뻑 젖도록 땀을 흘리면서도 생명을 배우는 일이라며 싱그럽게 웃는 그들. 쌍호분회에서 뿐만이 아니라 안동교구의 이천·봉강·솔티·한울·점곡·온혜·풍양 분회에도 찾아가 생명의 땀을 흘렸다.
마을 주민들에게도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이들이 ‘님’이 됐다. 일손을 도와주기 때문이 아니다. 아들 노릇, 손자 노릇 해주는 이 청년들의 얼굴에서 기쁨을 얻기 때문이다.
10박 11일, 머리가 핑그르 돌 정도로 뜨거운 태양 볕 아래 밀짚모자를 쓴 청년들의 얼굴에선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농활대장의 선창에 청년들의 입에서 생활성가가 흘러나왔다.
‘사랑이 변하고 믿음이 사라지는 그런 이 세상에…나의 하느님, 하느님, 주여!’
웃음 가득한 청년들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어린 양이 보였다. ‘님’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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