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먼저 살다간 수많은 삶들이 있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은 자의 죽음이 있었고 절망과 좌절을 느끼며 죽음의 이별을 한 삶도 있었다. 차분히 생각해 보아도 뚜렷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강하게 남는 삶과 죽음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출생에서 죽음까지 전 생애를 지켜볼 수 있는 삶이 많지 않아서인지 모른다.
아주 오래전에 세상을 살다간 한 사나이의 삶에 대래서 이야기할까 한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한 사나이가 기구한 삶을 살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 사나이의 기구한 삶은 출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초라하게 시작된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쫓김의 연속이었다.
천박한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좋아했고,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였다. 어떤 사람은 억압받고 소외된 자들의 민중해방을 부르짖은 선동가라 하였다. 가진 자, 기득권을 가진자들을 향하여 정직하고 착하게 살 것을 경고하곤 하였는데 그들에게 있어서 그 사나이는 제거대상이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민중해방을 선동하는 오늘날의 반체제운동가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앉은뱅이, 문둥병환장, 창녀, 장님, 헐벗고 못먹는 부랑아 등 미천한 사람들이었다.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 그 사나이는 스승이었고 가진 자들에게는 죽이고 싶은 자였다. 그는 가진 자들을 향하여 회개하여 착하게 살 것을 여러곳을 다니면서 설교하였다. 그러나 그 사나이는 자신의 동포에게 끌려가 죽임을 당하였다. 그 사나이의 죽음은 더욱 비극적이어서 죄수 두명과 더불어 십자가형으로 처형되었다. 옷을 벗기우고 양손과 발에 못이 박힌 채 죽기 바로 전까지 조롱을 당하면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그 사나이가 죽은 지 이천년이나 흐른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왜 그 사나이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수난, 죽음, 부활의 참의미는 무엇인가? 왜 성탄절에 들뜬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사순시기를 보내면서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을 기억하며 부활을 무엇 때문에 기뻐하는 것인가? 14처의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여야 하는가?
「자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으면 결코, 결코 구원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십자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제 「나의 십자가」가 무엇인가를 묵상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십자가를 벗어던져 버리려고 얼마나 많은 몸부림을 쳤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현대인의 삶, 특히 청년 그리스도인의 삶에는 수많은 십자가가 요구된다. 물질의 유혹, 쾌락의 유혹, 육체적 고통, 경제적 빈곤, 마약, 도박, 섹스, 물질적 탐욕, 무절제한 생활…. 그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벗어던져 버리고 나타나는 결과들. 자살, 좌절, 범죄, 이혼, 낙태, 게으름….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생각하며 청년 그리스도인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해야 하겠다. 자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는 자에게만 부활의 의미가 있을 뿐 그렇지 않은 자에게 예수는 부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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