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며 망설였다. 사적인 얘기를 해도 되는 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느낀 점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용기를 낸다. 얼마 전 아내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셋째를 임신했다는 게 아닌가.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가슴으론 무척이나 기뻤다. 그렇지만 아내나 필자나 마흔이 넘어선지라 머리론 걱정이 앞섰다. 현실적으로 ‘늦둥이’ 뒷바라지가 훗날 직장을 은퇴한 상황에서도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무엇보다 늦은 출산이라 아내의 건강도 우려됐다. 예전엔 내심 자식이 세 명은 있어야지 하는 욕심도 가졌다. 필자가 삼형제로 자라서인지 둘은 왠지 부족해보였다. 결국 그 꿈은 이루었으나 현실의 벽이 녹록하지 않을 것 같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축하와 격려도 많이 받았다. 쑥스러웠지만 행복했다. 미래에 대한 우려를 덮고도 남을 만큼 새 생명에 대한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첫째나 둘째 아이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주위에선 농담조로 “요즘은 자녀 많이 낳는 게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인데, 장한일 했다”며 우스갯소리도 한다. 그동안 받았던 격려 중에 가장 가슴에 와 닿은 얘기가 있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선배 가족인데 여기도 자녀가 세 명이다. 형수가 마흔 다섯에 셋째를 임신했다. 형수가 이렇게 말했다.
“주위의 우려와 양육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셋째 출산에 대해 고민한 것도 사실이지만 올바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얼마나 감사하는지 모른다. 예쁜 늦둥이가 태어나고 가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남편이다. 셋째가 보고 싶어 일찍 귀가하고 아기 목욕도 도와주는 등 첫째 둘째 아이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 선배는 무엇보다 가족 사랑이 더 풍성해졌다고 전했다. 가족 간의 시간도 많아지고 아이로 인해 힘든 것보다 웃음과 행복이 가득해졌다고.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생명을 감사하며 키울 거라고 했다.
저출산은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다.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고, 자녀를 출산하더라도 둘 이상 낳는 부부가 드물다. 젊은 부모들이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교육비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감이다. 자녀가 유아일 때의 보육비에서부터 자녀의 학교 입학 후 끝없이 증가하는 사교육비는 육아의 부담을 가중시켜 저출산이란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에서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턱없이 미흡한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낙태 풍조도 문제다. 평균적으로 낙태가 매년 30만건에 달한다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생명은 소중하고 고귀하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그분은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생명과 축복을 나누어 주신다. 그 사랑으로 주신 생명이 바로 우리 자녀들이다. 앞으론 머리보다 가슴으로 살려고 한다. 가슴이 느끼는 대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은총을 하느님께서 주시리라 믿고 아내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성장할 늦둥이의 열 달을 손꼽아 고대할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2월 탄생할 새 생명이 기다려진다.
“하느님, 이 세상의 모든 산모들과 함께하시어 출산하는 산모들을 축복하소서. 출산의 아픔을 통해 십자가의 주님을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출산을 감사하게 하소서. 출생하는 새 생명을 축복하시어 이 세상에 태어남이 주님의 은총임을 깨닫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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