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분들이 예수님이십니다. 성당을 노숙자들의 숙소로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해 봅시다. 우리 교회가 저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적어도 얼어 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느 겨울 노숙자가 동사(凍死)를 했을 때, 가엾은 마음이 드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난처한 상황에서 의견이 분분하던 중 문화재로 지정된 중림동 성당이 몰래 들어와 잠을 자던 노숙자의 방화로 전소(全燒)되면서 논의는 중단되고 말았다.
전 주일 복음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강도를 만나 초죽음이 된 행인에게 가엾은 마음이 들어서 상처를 치유하고 돌보아 준 사마리아인이 참 이웃임을 가르치고 있다. 현대는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가엾은 마음이 실종된 느낌이다. 이웃의 아픔과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극도의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탓이리라.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삶에서 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웃의 아픔에 함께하며 나의 작은 나눔을 통해서 이웃이 기뻐하는 모습 속에서 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노숙자 야간 순찰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서소문 지하도에서 노숙자에게 끓여간 둥굴레 차와 빵을 나누어 주며 안부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어느 한 형제가 함께 봉사하시는 신부님께 다가와 말을 건넨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저는 이냐시오입니다. 조금만 더 벌면 방 한칸을 마련하여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겠습니다.” 신부님의 손을 잡은 형제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일하기 싫어서 저렇게 취해 놀고 있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노숙자의 파렴치한 행위도 있다. 그러나 참으로 가엾은 마음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어야할 딱한 처지의 이웃도 많이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비난과 손가락질보다 가엾은 마음 가엾은 시선을 건네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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