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을 앓던 명동성당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 26일 밤 서울 지하철노조가 8일간의 파업농성을 끝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성역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명동성당에 대한 위상 덕분에 겪었던 몸살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노조원들의 점거 농성은 명동성당측을 무척 당혹하게 만들었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계단보수공사를 시작한 직후 1천여명의 노조원들이 성모동산 등 성당 전역에 천막을 치고 장기 농성에 들어감으로써 참으로 황당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농성은 출퇴근 서울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준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서울시민들은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지하철 노조의 파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가』하고 반문하고 있다.
그런데 파업사태로 사회적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전국의 골프장마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로 메워지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5월 노사분쟁의 시절이 닥쳐왔는데도 정치인·공직자들의 「골프 러시」현상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에 발벗고 나서야 할 정치지도자들이 대거 잔디밭에 나가 이런 저런 명목의 회동을 가졌다는 소식은 그들이 과연 지도자들인가 의심을 품게 한다. 골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민심의 흐름을 외면하는 처신을 자제해달라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생존권 차원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참으로 희망을 주는 정치지도자들이야말로 사회적 갈등과 이해(利害)충돌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 아닌가. 각계각층 지도자들이 「나를 따르라」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때다.
이번 파업농성의 교훈은 명동성당의 한 사제가 밝힌 대로 「대화로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나간 케이스」라는 점이다. 노조측과는 물론 경찰과도 대화로 사태를 풀어나간 성당측 실무자로서 불편을 감내하며 참아준 신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정부측의 강경일변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명동 농성사태는 큰 불상사없이 노동자들이 물러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본격적인 노사분쟁의 계정인 5월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지」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바람직한 시위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오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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