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인 듯한 초로의 부인과 대여섯 살쯤 나 보이는 아이가 전동차에 올랐다. 퇴근 무렵이라 빈 자리가 있을리 없었다. 둘레를 두리번거던 아이가 할머니 치맛자락을 잡아끌면서 대뜸 소리를 질렀다.『할머니, 나 앉고 싶어!』큰 소리로 떼를 쓰는 아이가 안 돼 보였던지 신사 한 분이 자리를 양보했다.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할머니 손에 들려 잇던 비닐봉지를 홱 나꿔챘다. 아이가 꺼낸 것은 낱개로 포장된 과자들이었다. 서툰 솜씨로 포장지를 뜯더니 입에 넣고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포장지는 전동차 바닥에 내던진 채였다. 과자 부스러기가 뚝뚝 떨어졌다. 어떤 승객은 바지가랭이에 들러붙는 과자 부스러기를 터느라 발을 가만히 굴러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이뿐이 아니었다. 할머니라는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란 으레 다 그런것 아니냐는 식으로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다. 처음엔 귀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승객들의 표정이 점점 흐려져 갔다. 할머니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는거 하면, 아예 외면해버리거나 슬그머니 자리를 옮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뭐라고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며칠 전 퇴근기에서 목격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 것이다. 별로 새사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많이 보고 듣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정말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버릇없는 망나니가 되어가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 둘 것인가? 옳지 못한 버릇을 지적해 주거나, 매를 대서라고 바르게 고쳐주려고 하면, 고맙다고 감사해하기는 커녕 왜 내 아이 기 죽이려 드느냐고 대드는 세상이라면 우리의 앞날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낳는 일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 부모의 참된 책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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