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로 인하여 이혼율이 증가하고 가정파탄을 이유로 홧김에 저지르는 청소년 범죄도 증가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빈곤해졌다고 하여 이혼을 해버린다면 그것은 결코 경제파탄만이 이유라고 볼 수가 없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 동안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려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는가를 되돌아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우리 가족만 보아도 그렇다. 많지도 않은 단 세 식구가 살면서도 뭐가 그렇게 바쁜지 서로 대화할 시간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 해먹기 바쁘게 우리의 생계수단인 구멍가게의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다보면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서 동당거리기는 하지만 마땅히 우리들만의 대화를 나눌 새가 없다. 시어머님은 어머님대로 쓸고 닦고 집안 치우느라 여념이 없다보면 하루해가 저물고 저녁만 먹고 나면 모두가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피곤한 몸을 뉘기가 바쁜 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지난 10월은 묵주기도의 성월이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 가족도 뭔가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일환으로 우리 가족은 묵주의 9일기도를 시작하였다. 작년에 80이라는 노령의 나이로 영세하신 시어머님께서는 처음에는 매일 성모님 앞에 30여분씩 앉아서 묵주기도를 하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하시면서 지루해 하시는 바람에 연로하신 어머님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커다란 의미로 작용하는 기도이기에 우리 부부는 어머님의 마음에 묵주기도에 대한 신심을 넣어달라는 지향을 두고 계속 상향을 하였는데 청원의 기도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어머님께서는 우리보다 먼저 성모님 앞에 앉으셔서 촛불에 불을 당기실 뿐만 아니라 묵주기도를 무척 좋아하게 되신 것 같았다. 그렇게 묵주기도를 마친 후엔 각자의 방으로 직행하지 않고 눌러 앉아 오늘 하루 일어났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가족간의 우애도 돈독해지고 서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만 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게 되었다. 아무리 바쁜 세월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우리 가족처럼 매일 저녁 단 한순간만이라도 성모님 앞에 촛불을 당기고 모여 앉을 수만 있다면 아무리 IMF 한파가 몰아쳐서 경제파탄이 생겨나도 아무리 심한 폭풍이 몰아쳐도 굳건하게 견뎌낼 수 있을 가정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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