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담배를 즐긴다. 그러다 보니 담배로 인한 부끄러운 실수가 잦다. 그런데 이번 실수는 보통 실수가 아니다. 담배를 피우다 무심결에 꽁초를 바닥에 버렸다. 설상가상(雪上加霜), 하필 그 담배꽁초가 수녀님 발 앞에 톡 떨어졌다. ‘아차!’ 난감한 상황이다.
▲ 질문 : 이때 수녀님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
▲ 정답 : 아래의 내용을 끝까지 읽으시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 수녀님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5가지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우선 정의수호형. “천주교 신자가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호통을 친다. 잘못된 것은 세상에 ‘외쳐서’ 확실히 바로잡으시는, 강단있는 수녀님이시다. 이 경우 담배꽁초 버린 사람은 얼굴이 화끈거리기 마련이다. 할 수 있나.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두 번째는 솔선수범형. 담배꽁초 버린 사람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담배꽁초를 주워 휴지통에 버린다. 그리고는 담배꽁초 주인을 향해 한 번 씨~익 웃어준다. 이런 수녀님이 더 무섭다. ‘수녀인 내가 직접 담배꽁초를 줍는데, 당신은?’이라는 무언의 협박(?)이다. 이런 수녀님을 만나면 다시는 담배꽁초를 함부로 바닥에 버리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안절부절형. 버려진 담배꽁초를 직접 주워야 할지, 아니면 신자에게 “주워라”라고 훈계를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모른체 넘어가야 할지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수도자로서 관대한 모습은 보여야 하겠고, 평신도의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겠고, 또 평신도에게 훈계하는 자신의 행동을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도 되고…. 주로 나이어린 새내기 수녀님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이다.
네 번째는 오직기도형. 늘 기도가 생활화된 분이다. 담배꽁초 버린 사람을 위해 “주님, 저 형제님의 나쁜 버릇이 고쳐질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라고 화살기도를 바친다. 여기까진 좋은데…. 담배꽁초 버린 사람을 바라보며 “내가 형제님의 나쁜 버릇이 고쳐지도록 하느님께 기도했어요”라고 말한다.
다섯 번째는 분노삭임형. 담배꽁초 버린 사람에 대한 미움 때문에, 그 분심 때문에 기도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2~3시간 동안 특별 성체조배를 한다. 그리고 나서야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안정을 되찾는다. 그 후에 담배꽁초 버린 사람을 찾아가 “성체조배를 통해 당신을 용서할 수 있게 됐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으로부터 용서의 은혜를 얻었다. 그동안 당신을 미워해서 미안하다. 이젠 당신을 미워하는 감정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리곤 스스로 편안해 하며 돌아간다.
그런데 이 모든 유형에 속하지 않는 한국 수녀님들을 2주일 전, 방글라데시 해외 취재 과정에서 만났다.
담배꽁초가 바로 앞에 떨어졌음에도 수녀님들은 아무런 감정적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담배꽁초를 바라보는 눈에는 작은 떨림 하나 감지되지 않았다. 넓고 깊었다. 잔잔한 호수 중앙에 돌이 던져졌지만 전혀 파문이 일지 않았다. 분노하지도 않고, 안절부절못해 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았다. 일상에서의 기도와 영성이 한없이 넓고 깊기 때문이다. 호수가 한없이 넓고 깊기 때문이다. 노자(老子)에 대방무우(大方無隅)라는 말이 있다. 사각형은 모가 나 있지만, 사각형이 무한히 커질 경우 그 모난 것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무한히 큰 사각형은 원이 된다.
수녀님들 이야기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들이고, 함부로 버려진 담배꽁초를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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