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값이 급등하고 경기 낙관론이 확산되는 틈을 타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현상들이 하나, 둘 다시 고개를 들면서 우리사회의 분위기가 흥청거리고 있다.
더욱 늘어난 비싼 외제품
지난 1월에서 3월 수입된 고가품 중 골프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배 가까이 증가했고, 승용차는 2배를 넘어섰다고 한다. 냉장고, 세탁기 등등 가전제품도 17.2% 증가했으며 골프웨어를 비롯한 고가의 수입의류와 고급 위스키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백화점마다 고급 매장이 날로 늘어나고 고가 수입품이 날개 돋힌 듯 팔린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을 접하면서 벌써 이래도 되는 것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직도 실업자가 200만인데
불과 1년 전만해도 사치성 수입품의 과소비는 IMF를 불러온 주범 중 하나로 지탄 받으면서 그 모습을 감춘 듯했다. 그와 함께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소비만을 하는 새로운 소비형태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런 바램을 비룻기라도 하듯 최근 또다시 부유층의 과시적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소비가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한 소비를 넘어선 사치성 소비라는데 있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2백만이나 되는 실업자가 있고, IMF로 소득이 크게 둘어 내핍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들에게 느껴질 상대적 빈곤과 괴리감은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도 더 클 것이다.
지하철 파업을 시작으로 확산되고 있는 노동계의 파업 역시 때이른 분출이 아닌가 싶다. 구조조정에 당면한 노동자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고 더 많은 사업장이 파업에 참여할 경우 이제 겨우 회복의 문턱에 선 우리 경제는 또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체질 개선을 위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강경한 대립보다는 노사간의 대화와 양보를 통한 문제 해결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행동에 앞서 냉철한 생각을
또한 파업으로 인해 더 이상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파업에 동참한 일부 한총련 소속 학생들 역시 국가와 기업과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에 더 충실해야 할 것이다.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시위 과정에서 지난 1년간 사라졌던 화염병을 다시 들고 나와 정착돼 가고 있는 평화시위문화를 깨뜨린 점은 참으로 신중치 못해 보인다.
행동에 앞서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이며,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하는 자세가 지금 이 시기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기회
개인적으로 필자는 국가 부도사태 직전 최악의 궁지까지 내몰려 있던 우리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보면서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자를 견책하시고 아들로 여기시는 자에게 매를 드신다』(히브 12,6)는 말씀을 되새기고 있다. 하느님이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IMF라는 불행한 고통을 통해 국민의 과소비와 기업의 방만한 경영, 부도덕한 정치 등으로 병든 우리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대로 우리들의 삶의 태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또다시 흥청거리고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더 큰 고통과 시련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작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우리 사회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매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체질개선과 내실 다질 때
우리는 겸손하게 하느님의 경종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흥청거리기보다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해서 체질개선과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지적을 받은 일이 있다. 위기 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하고 회복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우리 경제가 섣부른 행동들로 인해 또다시 바닥으로 추락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될 것이다.
시련을 통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와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 분의 뜻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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