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5월 11일은 이경재 신부님 선종 1주기이다.
신부님은 미국주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연락책임 신부로 근무하면서 하와이 군도의 모로카이 섬을 방문하고 나환자의 아버지로 칭송받았던 다미안 신부님의 사랑과 희생에 깊은 감동을 받앗다. 그 방문은 성 라자로 마을 초대원장 부임 1년만에 좌절을 맛본 아쉬움에 새로운 불을 지폈다.
신부님은 당시 수원교구장이었던 윤공희 주교님께 성 라자로 마을에 다시 부임할 것을 간절한 편지로 부탁그려 어렵게 허락을 받고 귀국했다.
신부님께서는 1970년에 성 라자로 마을 7대 원장으로 다시 부임했다. 서울대교구에서는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신부임으로 교구 당국과 동료 신부는 물론 친지들까지도 간곡하게 만류했다.
당시 우리나라가 경제가 어려울 때임으로 교구에서 성 라자로 마을을 운영하기가 극히 어려워 새로운 운영자를 물색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 때 마을은 돈도 시설도 사람도 없이 황량하기만 했다. 메리놀 소속의 미국인 캐롤 안 주교님께서 마련하여 준 몰압산 자락에 나환우들이 움막과 판자집에서 굶주리고 헐벗고 병마의 고통과 고독으로 서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신부님이 초대원장으로 부임했던 17년전과 거의 변화가 없었다.
신부님의 나환자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보고서 성 라자로 행을 만류하던 분들도 발벗고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부님을 따르던 국내외 라자로 돕기회 회원들의 기도와 봉사, 성금과 열정은 그 절망의 땅을 신비의 땅, 기적의 땅, 은총의 당으로 변화시켰다.
잘 정돈된 자연, 적절하게 배열된 미학적인 건축물들, 곳곳에 안치된 성인들과 신앙선조들의 조형물들은 경건한 성지처럼 됐다.
역대 대통령 내외분들, 성직자들 그리고 국적과 종교를 초월한 국내외의 수많은 뜻있는 인사들이 이곳을 방문했다. 이런 변화는 28년간 일관된 신부님의 지극한 기도와 희생의 대가였다.
『오라고 하는 곳은 없으나 가야할 곳은 많다』고 하시며 1년이면 100일 이상을 고생스럽게 외국의 이곳 저곳을 찾아 도움을 간청하다보니 「국제 거지」란 별명을 듣기도 했다.
자기가 빌려준 돈도 받기가 힘든 세상에 가망이 없는 사업에 성금을 바치도록 하는 신부님의 특별한 카리스마는 하느님께서 특별하게 주신 은총이며 축복이었으리라.
이신부님은 다미안 신부님의 나환자에 대한 희생에 감명을 받고 그 길을 가려고 했으나 그 길을 오히려 넘어서고 말았다.
다미안 신부님은 모로카이 섬 안에서 주어진 여건에서 기도와 눈물과 노동으로, 그리고 자신이 나병자가 되면서까지 작은 예수인 나환자들에게 모든 것을 다 바친 모성애적인 희생이었다.
그렇다면 주어진 여건과 한계를 뛰어 넘어 성 라자로 마을을 신비롭게 변화시켰고 연례적으로 개최한 자선 음악회 「그대 있음에」의 후원금과 입장료 수입금을 성 라자로 마을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던 국내 나환자 정착마을을 비롯하여 중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 수많은 나환자들을 도왔던 이신부님의 열정적인 사랑은 부성애적인 희생이었다.
『한분은 모로카이 나환자의 어머니엿다면 또 한분은 세계 나완자의 아버지였다』고 평가되리라 본다.
이제는 신부님이 할 수 없는 두 가지 일을 신부님을 흠모하는 사람들이 할 때가 왔다.
그 하나는 신부님께서 일생을 바친 성 라자로 마을과 세계 나완자에 대한 숭고한 인류애와 희생적인 행동을 샅샅이 탐색하여 기록으로 남겨 후새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하고 신부님을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나환우들의 육신은 험상스럽고 악취가 나지만 영롱한 영혼과 고결한 정신을 갖고 살다가 간 분이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분들의 아픔과 외로움을 숭고하게 승화시킨 작품들로 출판함으로써 나병자를 경멸하고 경원하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는 일이다.
그렇게 될때 그들의 한 맺힌 생애를 일부라도 신원해 주고 이경재 신부님의 뜻을 전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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