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체험했던 이야기이다. 자주 오지 않는 버스, 더운 날씨와 기다림은 어느새 짜증이 되어버렸다. 잠시후 도착한 버스에 몇 안되는 승객들이 자리를 잡았고 버스는 출발하려 했다.
그 때 저 앞에서 중년 아저씨 한분이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누런 서류봉투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손은 버스를 멈추기 위해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그분이 타시자 버스는 곧 출발했다.
상기된 얼굴, 가쁜 숨소리 얼마되지 않는 승객들은 모두 그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었고 어딘지 약간 수줍은 듯한 미소가 잠깐, 자리를 찾으시던 아저씨는 앞의 조금 높은 자리에 다리를 모으고 앉으셨다. 그 모습에서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났다.
중학교 때 아버지와 같은 버스를 탄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가 앉으셨던 자리는 불편한 앞자리. 지금 아저씨가 앉아겨신 그 자리였고 내 자리는 아버지가 잡아주신 편한 뒷자리였다. 늘 그랬었다. 오히려 그걸 굳이 고집하셨다. 어버지의 딸을 위해서….
그때마다 보게되는 아버지의 야위어진 어깨와 숱이 적어진 머리에…. 내 가슴이 아팠었다. 어릴적 나의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고 훌륭한 분이셨고 내게는 가장 커보이는 어른이셨는데 자라면서 내가 보는 아버지는 고민도 두려움도 많은 그저 평범한 중년이셨다. 우리 아버지도 지금 저 아저씨처럼 버스를 타기 위해 하루종일 일하시느라 고단하신 몸으로 뛰어오실지 모른다. 다른 일거리를 손에 쥐고서….
때로는 집에 일찍 오시는 것이 어색해 보일만큼 하루종일 일하시는 아버지. 그런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자라고 점점 아버지는 작아만 보인다.
우리 아버지들은 영화속의 아버지들처럼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우리의 얼굴을 부비면서 다정한 대화도 해 주시지 못한다. 우리 아버지들은 너무도 수줍다. 어머니는 한없이 포근한 사랑으로 표현되면서도 아버지는 늘 무섭고 엄찬 분이시다. 가슴속에는 우주보다도 넓은 사랑을 품고 계시면서도….
가만히 앉아 바람이 불지 않는 오후를 원망하는나. 우리 아버지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뛰고 계실 터인데….
저녁이 되면 아버지는 검게 그을린 얼궁, 고단한 모습으로 돌아오실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시원한 보리차를 내손으로 드려야겠다.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
『아버지,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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