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태석 신부님에게 관심을 갖게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수단에서 선교사로 사는 신부님의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본지에 이미 이 신부님에 관한 사연이 소개된 적이 있지만, 그땐 그저 많은 선교 사제 가운데 한분이었다.
아마도 이 신부님이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국내 한 TV 방송이 ‘한민족 리포트’라는 프로그램에서 그의 사연을 소개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아프리카 최빈국 주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은 구호전문가나 혹은 후원자들의 방문체험기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사연이 더욱 애절하게 와 닿은 것은 선교지인 톤즈(Tonj)의 열악하고 비참한 환경과 그 가운데서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한 선교 사제의 숭고한 모습이 가슴을 울렸기 때문이다. 촉망받는 외과의사 지망생이던 그가 선교 사제가 된 독특한 이력도 그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데 한몫을 했다.
수단은 소말리아와 함께 아프리카 최빈국의 하나이며 우리에게는 내전으로 더 알려진 곳이다. 남부 수단에서도 톤즈의 환경은 가장 열악하다. 이태석 신부는 의대 졸업후 신학교에 입학하여 사제가 되었고, 톤즈에서 선교사로 살았다. 그는 왜 그곳으로 갔을까. 무엇이 그를 그곳으로 이끌었을까.
한 조각의 희망도 꿈도 없는 그곳에서 그는 희망의 씨앗을 뿌렸고, 싹을 틔웠다. 훤칠한 외모에 미래가 보장된 의학도였던 그는 오르간과 기타 연주 도 일품이었다. 그는 자신이 지닌 많은 달란트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톤즈의 사람들을 위해 모두 바쳤다. 의술로 병을 치료해주고, 글을 가르쳐 세상을 알게 했다. 음악을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충족감을 심어줬다.
그런 그가 불치의 병을 얻어 지난 1월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금만 더…’라는 아쉬움을 남긴채. 많은 이들이 ‘하늘도 아름다운 이를 빨리 보고싶어 하나 보다’며 안타까워했다. 방송도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의 삶과 죽음을 추모하는 특집을 제작했다. 방송 후 가톨릭을 알고 싶다며 성당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는 2003년 3월 당시 케냐 나이로비의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 요원으로 근무하던 이재현(가브리엘) 씨가 가족과 함께 이태석 신부의 선교지인 톤즈와 남부 수단을 체험하며 보고 느낀 소회를 정리한 책이다. 여름 휴가때 우연히 이 책을 접했다. 책을 읽으며 17년전 남부 수단 지역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필자는 한국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아프리카 최빈국 지원현황과 현지 구호단체들의 활약상을 취재하기 위해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일행과 함께 소말리아와 수단을 방문했었다.
“아이들은 강가에 엎드려 흙탕물을 그냥 마십니다. 죽으로 하루 한 끼만 겨우 때우고, 진통제나 사탕 한 알을 얻기 위해 수십㎞를 걸어오는 모습을 본 적도 있습니다.”
이태석 신부는 2002년 본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그리고 “세상이 불공평해도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픕니다”고 했다.
선교 사제의 눈에 비친 이들은 누구였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열악한 환경과 죽음마저도 두렵지 않게 만든 ‘빽’은 무엇이었을까. 두 손을 모은다.
“하나를 가진 저들의 기쁨은 하나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아홉을 가진 우리들의 고통은 하나의 부족함을 느낄때 자랍니다.”(이정옥의 시 ‘채워지지 않은 잔이 더 아름답다’ 중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