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찾은 대전교구 신리성지. 사무실에 걸린 월중계획표에는 8월 한 달 간 성지를 방문할 예정인 본당 주일학교와 기관?단체들의 이름이 가득했다. 6월부터 시작된 순례자들은 석 달째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예년에 비해서도 크게 늘었다는 게 성지 관계자의 말. 이유가 있다.
대전교구는 수년전부터 솔뫼와 신리, 여사울성지를 잇는 농로와 마을길을 묶어 도보순례 길을 개발해왔다. 한나절이면 걸을 수 있고 대부분 평지라는 장점을 갖춘 길이었다. 지자체 협조로 안내판을 세우고 순례 구간을 사진으로 안내한 지도도 제작했다. 대전교구도 사제단뿐 아니라 교구민 모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도보성지순례 행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열어 순례 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무엇보다 이곳 순례길이 사랑 받는 것은 각 성지들이 순례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순례길 중간에 자리한 합덕본당에는 유스호스텔이 있어 1박 이상의 순례자들이 머물 수 있고, 여사울성지도 최근 사제관과 수녀원 공간을 소규모 단체순례자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개방해 놓았다. 신리와 솔뫼성지, 합덕본당은 당일 순례단체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순례자들은 순례길 사이사이 성지와 성당 어느 곳에 들르더라도 쉼과 기도와 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신앙선조들의 얼이 서린 순례길 조성 노력이 교회 내에서도 한창 진행 중이다. 각박하고 혼잡한 세상을 벗어나 자연과 하나 되는 걷기를, 신심을 살찌우는 순례와 접목시켜 활성화시킨 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다만 지자체마다 앞 다퉈 이름붙이는 ‘○○길’, ‘▲▲길’처럼 착실한 준비과정 없이 길만 그려놓는다고 순례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순례의 의미를 깨달으면서도 언제든 들러 편히 쉬며 기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때 길은 비로소 사람이 다니는 순례자가 걷는 길이 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