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주제는 ‘위기의 베이비붐 세대, 사회적 해결책은 있는가?’ 오래 전 고 이태영 소장님과의 친분으로 그곳의 평생회원이 되었지만, 시간이 잘 맞지 않아 모임에 참석하지 못 하다가 이번엔 주제가 눈에 띄어 큰맘 먹고 나갔습니다.
일반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에서 1963년까지에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하지요. 현재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나이의 그들은 전국에 712만여 명, 전 인구의 14.6%에 해당하는 거대한 인구 집단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그들이 이제 은퇴를 시작하게 되었다는군요. 여러 통계 자료가 나와 있었는데, 저는 경제 관련 문제보다는 가정생활 관련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들었습니다.
발표자들 말에 따르면, 오직 일에만 정신 쏟던 그들이 가정에 들어와 어떻게 적응할까가 문제라고 합니다. 그들은 사회의 언어만 알고 살았지 가정의 언어는 모르고 살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미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으니 그들 세대는 자녀들을 독립시키고도 20년 가까이 부부가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이랍니다.
그런데 향후 10년 후, 부부관계 유지에 대한 질문에서 여성 10명 중 2.17명이 회의적이었습니다. 여성의 의지에 따라서는 황혼이혼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지요. 남편들은 아직도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우고, 여성들은 평등을 주장해서 갈등이 빚어진 결과라고 합니다.
우스운 것은 노후 부양에 관한 질문에서 남성들은 43.4%가 배우자에 의존하겠노라 했고, 여성들은 45.4%가 요양원에 의존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부부가 함께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항목에서도 남성은 96.9%, 여성은 88.4%로 남성에 비해 소극적이었습니다. 이런 통계를 보면서 저는 소망했지요. 남성들은 지금부터라도 아내를 존중해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여성들은 부디 휴식도 모르고 달려온 남편들에게 측은지심을 품어주었으면!
한 가지 바람직한 것은 ‘부부가 함께하고 싶은 여가 유형’으로 첫째는 취미 생활이었고, 둘째가 종교 활동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퇴직자 부부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우리 가톨릭계 소설의 수작 「사건의 핵심」 저자인 그레암 그린의 한국방문 당시 인터뷰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자기는 아내 덕분에 가톨릭 신자가 되었는데 그게 ‘가장 감사한 일’이라고 했지요. 은퇴하는 분들 중 외짝 교우가 있다면 성당부터 나가도록 인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함께 퇴직하는 동료들, 또는 퇴직을 앞둔 내 이웃 중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지혜를 모아 선교 먼저 해야겠어요. 저는 확신합니다. 그들로부터 머지않아 그레암 그린이 했던 고백을 듣게 되리라고.
그리고 베이비부머들이여, 퇴직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 가보고 싶었던 곳, 만나고 싶었던 사람, 하고 싶었던 일, 얼마나 많았습니까? 나이 든 사람에게도 꿈은 있지요. 그대 앞에 제3의 인생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우리 주변에는 퇴직 후 문인이 된 사람, 화가가 된 사람, 창업주가 된 사람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새 삶의 주인공으로 행복을 누리는 분이 많답니다. 그동안 몸담았던 직업은 아내 같은 존재요, 지금부터 도전할 새 일은 애인 같은 존재라면 비유가 될까요? 하하.
우선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보십시오. 지금껏 사회에서 쌓아온 각자의 탤런트로 당신은 소중히 쓰일 수 있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루카 10, 2)며 주님께서 블루 오션을 펼쳐 놓고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거기서 더 큰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될 그대여, 주님 축복 듬뿍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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