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렌시오 성인 축일이었던 10일, 일본 나가사키의 한 작은 성당에서 뜻있는 미사가 봉헌됐다.
한국의 이문희 대주교와 장익 주교, 일본 나가사키 대교구 다카미 미쯔아키 대주교가 함께 ‘한국인들에게 잊혀진 성당’인 ‘로렌소(라우렌시오)성당’의 40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를 주례한 것이다. 로렌소성당은 임진왜란 후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이 세운 성당이다. 당시 일본 예수회 선교사들의 기록에는 “조선인 신앙인들은 가난했지만 서로 돈을 모아 좋은 땅을 샀다. 하지만 그 이상의 능력이 없었으므로 작은 성당을 지어 성 라우렌시오에게 바쳤다”고 나와 있다. “조선인은 가난에도 굽히지 않고 오직 하느님을 위해 능력 이상으로 거룩한 일을 해냈다”는 기록도 있다. 가난 중에서도 오직 하느님의 집을 위해 모든 조선인들이 피와 땀을 흘린 것이다. 이러한 조선인들의 영혼 구원에 대한 강한 열망에 일본인들도 크게 교화되었다고 한다.
당시 나가사키 지역에서는 한 해에 2000명 이상의 조선인들이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 한민족은 다른 민족에게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풍부한 종교적?영성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 누가 하느님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전쟁 나간 아들과 남편의 무사 귀환을 위해, 장독위에 정화수 떠 놓고 두 손 비비며 기도했다. 이렇게 한국인은 영적인 능력을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나온다. 그 영적 성향이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을 통해서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음을 로렌소성당이 말하고 있다.
조선인들은 멀리 일본으로 끌려오는 고난 속에서도 하느님을 만나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고난은 계속됐다. 나가사키 지역에 가톨릭에 대한 탄압이 시작돼 아리마, 오무라, 나가사키 등 여러 지역에서 많은 신자들이 순교했다. 특히 로렌소 성당도 박해를 피할 수 없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조선인들이 건립한 성당의 주보 성인이 라우렌시오였다는 점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그들은 성전을 건립하면서부터 순교자에 대한 신심을 가졌던 것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신앙을 증거한 조선인 신앙인들은 사실 잊혀진 선조들이다. 이제 그들을 기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일본인 복자 205위 가운데, 15위가 조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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