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보편교회가 시대적 징표를 읽어내고 내적 외적 쇄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획기적인 역사적 사건이었다. 가톨릭교회는 공의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정신과 실천 지침을 교회 안에 육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현대 세계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는 온갖 도전 앞에서 우리는 그 대처방안을 찾기 위해 여전히 공의회 정신을 되짚어 검토한다. 공의회는 30여년 전 폐막된 것이 아니다. 그 정신이 계속해서 교회 안에서 되풀이해 살아남으로써 그 의미를 갖는다.
6월 6일 인천교구가 교구 설정 38주년을 맞은 날, 2000년대 교구 사목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1년 3개월간에 걸쳐 이뤄질 교구 대의원회의를 개막했다.
대의원회의를 지켜보고 있는 교구민들은 한결같이 대의원회의를 통한 「쇄신」을 기대한다. 교구장으로부터 일선 본당의 신자들까지 「그리스도와 함께 희망과 쇄신을 향해 나아갑시다」라는 대의원회의 주제가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쇄신됨으로써 우리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희망의 문턱을 넘어서」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내적 쇄신의 길은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변화는 두려움을 동반하고 지금까지의 삶의 자세와 태도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전폭적인 쇄신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84년 200주년을 기해 한국교회가 쇄신과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사목회의를 개최한 바 있고 그 결실이 각종 의안들로 집약됐다. 오늘날 우리가 논하는 한국교회의 여러 과제들 중 상당한 부분이 그 사목회의에서 깊이 있게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 그 성과와 결과물들은 거의 사장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와 쇄신이 동반되지 않을 때 논의는 그저 탁상공론으로 그칠 뿐이다.
변화와 쇄신이 동반되는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구민 전체의 깊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대의원회의의 성패는 모든 교구민들이 얼마나 이를 자신의 일로 여기고 끊임없는 기도로 함께 하는가에 달려 있다.
대희년을 앞두고 몇몇 교구가 대의원회의를 개최했거나 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다루는 내용의 상당 부분들은 이들 교구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공감하는 내용들이란 의미에서 다른 교구들로부터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새로운 천년기를 변화와 쇄신의 모습으로 시작하려는 이들 교구의 대의원회의가 큰 성공을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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