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오면 온 천지에 아카시아꽃 향기며 밤나무꽃 향기가 흩날리고 들녘엔 누룻누룻 보리가 익어간다. 해마다 6월이 오면 임진강가엔 온통 민들레 꽃씨들이 하얗게 날아 오른다. 마치 실향민들의 애달픈 마음처럼 남과 북으로 헤러진 가족들을 찾아 민들레 꽃씨만이 바람에 흩날린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생각하며
홍희표 시인의 「금빛은빛」이란 시는 시심(詩心)이 무딘 나에게도 그래서 애잔한 슬픔을 안겨준다.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
임진강변의 민들레
하이얀 낙하산 달고
남으로 남으로 떠가네
한양으로 부산으로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철마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
임진강변의 민들레
하이얀 낙하산 달고
북으로 북으로 떠나가네
피양으로 신의주로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철마
금빛 은빛 혼령만 오가고…
언제까지 우린 가슴 아파하고 임진강가에 나가 북녘하늘을 넋없이 바라봐야 하는가? 올해도 나는 임진강가 통일 성전에서 현충일 통일 기원예배를 하고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과 함께 분단 반세기 세월과 악몽같았던 6월을 얘기했다.
지금 우리들의 관심은 21일에 있을 「베이징 남북 차관급 회담」에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대한적십자사가 꾸준히 추진해 온 식량과 비료, 그리고 의약품 보내기 운동이 하나의 성과로 나타나 천만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는 가슴 설레임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는 속절없이 늙어가는 이산가족 1세대들의 기다림에 희망의 등불을 밝혀줄 수 있을까? - 기대가 실망아닌 현실로 다가오리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이같은 기대를 실현시키기 위해 적십자 활동으로서 가능한 일들을 사명감을 갖고 추진하려 한다.
그러나 우려하는 바가 없지는 않다. 최근 국내정세와 일부 고위층 부인들의 고급옷 로비사건이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검찰의 수사발표로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건의 본질과 실체는 하나도 밝혀지지 않고, 국민적 의혹과 분노만을 더욱 증폭시켜놨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민심이 곧 천심이다
최근엔 『김태정 법무장관 부인 연정희씨 집에 배달된 것은 당초 알려진 호피무늬 반코트 한벌이 아니라 1억상당의 밍크제품이 세 벌이었다』는 주장이 야당의원 부인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같은 의혹이 눈덩이처럼 자꾸만 커져가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미 정부와 검찰의 말을 국민들이 믿지 않는데서 생기는 의혹들이다. 말로는 『유리창을 들여다 보듯 투명하게』를 내세우지만 기실 안개 속을 보는 것보다 더 불투명하기만 하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한 소박한 교훈을 외면한 듯 외골수로 치닫느 정책의 오만함이 유리창 속을 보듯 훤히 들여다 보이고 있지 않는가?
문제의 핵심이 흐려지면 실체는 감춰지고 진실은 오도되기 마련이다. 왜 6·3 재선거에서 지난 선거 때 여당을 지지했던 당원들마저 등을 돌렸는가? 왜 시민단체들이 『국민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똑똑히 잘 들어보세요』라고 외치고 있는 그 까닭을 알아야만 한다.
국민적 분노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 검찰을 미증유의 파국에 몰아넣는 책임으로 국회에서 항명사태까지 초래했던 인물의 중용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사람은 없다. 검찰 수사결과가 무혐의라고 해서 잘못된 행동이 한도 없으리라고 상상할 사람은 없다.
민심을 외면하고, 합리성을 잃은 정권이 과거 어떤 국민적 저항을 받았는가를 생각하면 앞으로의 길은 분명하게 보인다. 그 보이는 길을 버리고 길 아닌 길을 만용으로 갈 일이 무엇인가.
다시 6월의 임진강가를 나가보라! 민들레가 표상하듯이 민초의 풀꽃같은 삶의 모습. 그러면서도 하얀 꽃씨처럼 가벼운 자유의 영혼이 되어 하늘 가득 떠나다니는 6월의 넋을 보라! 6월이 오면 죽은 아들의 나이를 세며 넋없이 북녘 하늘을 지켜보고 있는 노모의 한을 당신들은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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