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도 있고,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도 있다. 듣지 못하는 쌍둥이로 태어난 나는 충주 성심학교 유치부를 다니다가 일반 유치원으로 옮겨져 공부를 했다. 그때 나는 청각장애자가 무엇인지 몰랐기에 어머니께서 날마다 보청기를 끼워 주실 때도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유치부 과정을 마치고, 일반학교에 입학하였을 때 너무나도 답답하였다. 왜냐하면 반 친구들이 날 친두로 받아주지 않은 적이 많았고, 청각장애란 이유로 날 욕하고 때리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아마 3학년 때였을 것이다. 나는 잘 들을 수가 없어서 애들이랑 대화를 자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항상 괴롭히던 남자아이가 자꾸 욕하고 때려서 화가 나 쫓아갔다. 교실 쪽을 좀 벗어났을 때까지 잘 잡히지 않아서 실내화를 그 아이에게 던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 반 반장이 맞았던 것이다. 반장은 너무나도 아팠던지 앉아서 울고 있었는데 난 무엇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반장을 부축하여 교실로 들어갈 때, 그 애가 나보고 뭐라고 말했는지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하다.
『남자를 얼마나 때려야 속이 시원하니? 이 벙어리야!』라고 반장이 내뱉은 말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들을 수가 없는 내 자신에게 답답했고, 반장에게 사과을 말을 해주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친구들도 날 멀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우울하게 지냈고, 따돌림당하며 아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을 때마다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애들이 자꾸 놀리고 욕을 한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리며 함께 운 적도 많았다.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다. 항상 고민에 빠져 살았다. 애들의 비난과 놀림이 없는 나라로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싿.
그후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점점 빛이 보이기 시작 하였다. 내가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진로문제를 두고 어머니께 예전에 다녔던 성심학교에 보내달라고 말씀드리자 일반학교도 갈 수 있는데 왜 성심학교를 가려하냐고 물으셨다. 나는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대답하여 성심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자신이 너무나도 어리석었던 것 같지만 후회는 없다.
처음 입학했을 때엔 나의 서투른 말 때문에 힘들었고,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수화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수화로 자유롭게 물어볼 수가 있고, 대화할 수가 있다.
나는 명랑하고, 즐겁게 지내는 친구들을 보니 과거에 내가 불평하며 비관적으로 지냈던 일이 생각나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친구들처럼 듣지 못하고 말을 잘 하지 못해도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청각장애 친구들의 온기 속에 커다란 희망이 내게 전달되었다. 절망 끝에 일어선 사람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 주면서 살 것이다. 요즘 TV에 나오는 걸 보면 집단따돌림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왕따나 소외된 학생들을 보면 난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나도 전에 그런 경험이 있기에 잘 알고 있다. 비록 공부를 못한다 해도 장애가 있다해도 따돌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내 소원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겨울을 이겨낸 나무처럼 힘든 날들을 참아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오늘이 있음에 감사하며 나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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