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가 올 4월 27일부터 벌이고 있는 「북한난민보호 유엔 청원」서명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천주교를 비롯해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가 함께하고 있는 이 운동의 서명 동참자 수가 최근 1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광범위한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주민들에게 국제법상 난민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찾아주자는 이번 유엔 청원운동은 그간 진행되어온 탈북자 돕기를 질적으로 승화시켜내자는 뜻을 바탕에 깔고 있다. 단순히 동포애·인간애 차원에서 진행되어온 탈북자 돕기를 보다 활성화시키자 데 그 첫번째 의미를 둘 수 있다. 유엔을 통해 난민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그간 종교단체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탈북자 돕기운동에 국제사회가 공개적으로 동참할 수 있어 보다 광범위하고 활발한 운동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지난 84년 에티오피아 기근의 예가 좋은 본보기라 할 것이다. 당시 유엔은 이 사태를 「복합적 유민문제」로 규정함으로써 에티오피아 난민돕기에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미 300만명 이상이 아사한 북한 식량난 문제는 우리 민족만의 문제가 아닌 전인류의 문제라는 인식이 이 운동의 밑바닥을 흐르고 있다.
또, 난민지위 인정을 통해 탈북주민들이 보다 인간다운 여건에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데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기아를 피해 압록강~두만강의 국경 일대로 탈출해 나오는 북한 주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북한 당국의 추격과 중국의 강제 송환이 난민지위 획득으로 해소될 수 있다. 현재 북한과의 관계로 탈북주민 돕기에 직접 나서지 못하고 있는 중국당국도 보다 열린 자세로 탈북자 문제를 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북한난민보호 유엔 청원」서명운동이 갖는 보다 큰 의미는 이 운동이 인류의 양심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점이다. 정치적 종교적 문제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인간이 인간을 죽음으로 떠미는, 또 이를 묵인하는 오늘의 모습을 인류의 양심으로 되돌아보고 새로남의 기회를 스스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원운동이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캐아나 등 해외에서도 적잖은 호응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 이 운동이 갖는 생명력을 반증해 주고 있다. 하루하루 새롭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생명을 나누는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새롭게 눈을 떠야 할 부분이 여기에 있다. 본당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이 운동에 동참하는 신자 한사람 한사람의 서명은 인류의 정신을 향해 던지는 생명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탈북동포들에게 새삶을 열어주는 난민청원 서명운동이 더욱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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