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건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은 ‘고백’이다.
짝사랑으로 가슴을 앓다 비로소 입을 떼는 ‘사랑고백’도 떨리지만, ‘진짜 용기’를 필요로 했던 일은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잘못했다’ 혹은 ‘미안하다’를 말하는 일이었다. 특히 그 상대가 자존심을 굽히고 일부러 잘못을 고백하지 않아도 될 상대라면 말이다.
지난 10일 일본 나가사키대교구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는 한국인들에게 여러 가지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뜻을 전한 자리는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일본으로 끌려와 조선인들이 세웠다는 성 로렌소 성당 설립 400주년 기념미사 자리였다. 물론 이 사과는 400여 년 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에 대한 사과이기는 하다.
하지만 대주교가 임진왜란을 분명한 ‘침략’이라고 못박은 점, 조선 도공들과 기술자들을 체포해갔다는 점, 끌려온 도공들이 일본 도예문화의 기초를 세웠다는 점을 인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인정’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침묵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자리에는 한국여기회 제1회 여기애인상을 수상한 청소년들도 여럿 참석하고 있었다. 미래를 지고 갈 그들에게 대주교가 용서를 구하며 바란 것은 ‘화해와 평화’였다.
과오를 인정하고 잘못을 고백하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임과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구하기 위해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또한 지난날 교회가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고 더 나은 교회의 미래를 위해 노력했다.자존심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잘못’임을 알면서도 고백하지 못하며 사는 사람들이 태반인 세상이다.
이만큼 용기를 필요로 하는 ‘고백’을 의무로 안고 사는 천주교 신자들은 얼마나 용자(勇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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