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이 최근 한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 1위로 조사됐다. 2위는 정진석 추기경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29.4%가 김 추기경을, 24.2%가 정진석 추기경을 꼽았다. 3위, 4위의 불교 인사들과는 10%가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천주교 고위 성직자가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영향력있는 인물로 지목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김 추기경은 4위, 정진석 추기경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김 추기경의 영향력이 지난해 4위에서 다시 1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 2월 선종 1주기를 맞아 김 추기경의 유지를 잇는 기념사업들이 추진되면서 관심이 환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이 김 추기경과 정 추기경을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은 것은 ‘신뢰’에 바탕하고 있다. 추기경의 사회적 신뢰가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교회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갖고 마냥 즐거워할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통합이라는 지향점이 희미해지고, 갈등과 반목이 재연되고 있다.
입으로는 일치와 화해를 말하지만 행동은 분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다가 북한은 잇따른 도발을 통해 ‘민족끼리’상처주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정치권은 공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려 하지 않는다. 반성은 없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난무하고 있다. 언제부터 한국사회가 이렇게 됐는가. 언제까지 손에 음식물을 가득 쥐고 항아리에서 손을 빼지 못하는 원숭이의 우(愚)를 범하고 있을 것인가.
정치권은 현재의 다양한 위기와 관련해 각자 다양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대책들이 물질주의 혹은 기회주의적 실용주의, 지역주의에만 바탕하는 것이라면 그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영혼이 먼저 살아야 정신이 맑아지고, 그래야 몸도 건강해진다는 것은 진리다. 김 추기경의 영성과 모범이 하루빨리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야 하는 이유다. 정 추기경의 감사와 겸손의 영성이 하루 빨리 세상에 널리 뿌리내려야 한다.
교회는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물질주의와 이기주의를 걷어내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풀 죽어 있는 현 한국사회에 새로운 영양제가 되고 있는지 늘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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