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게 피서의 계절이 다가왔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단촐한 휴가나 여행 계획을 세워보는 신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피서철에 여행이나 순례라는 뜻을 포함한 「관광」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보자. 관광은 반복되는 일상 생활을 일시적으로 벗어나지만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갈 것을 전제로 다른 지역의 제도, 풍습, 자연 등을 감상하고 배우며 보고 듣는 행위를 총칭한다.
우리 교회는 『관광이란 일상의 도피나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접하면서 하느님의 오묘한 손길을 느끼며, 일상 생활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풀고 삶의 활력을 얻는데 그 가치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주교회의 이주사목이원회는 국내 관광문화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피서나 관광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담은 관광사목자료집 「지상의 나그네」를 펴냈다.
이 책자 발간의 실무책임자였던 정병조 신부는 『길을 떠날 때 확인해야 할 것 준비는 자신의 소재지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 말은 단지 자신이 서있는 장소를 밝히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앞두고 현재 가지고 있는 마음 상태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라는 것이다.
즉, 『남들이 가니까 그냥 있을 수 없기 때문인지, 골치 아픈 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서인지, 가족들의 성화를 못 이겨서인지, 단순히 아직 가본 적이 없는 곳이기 때문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앙인의 입장이라면 「내가 하느님 안에 있는가, 아니면 하느님 밖에 있는가?」를 차분히 살펴보고 집을 나서라고 당부한다.
사실 바쁘고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무엇에 바치고 있으며, 시간을 어디에 바치고 있는가를 한번쯤 되돌아 보아야 한다. 올 여름 휴가는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묵상해보는 기회로 삼는 신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올 여름에는 가족과 함께 성지순례나 피정을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의 모습을 새롭게 되돌아보고 가족이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야말로 신앙인의 최고 휴가가 될 것이다.
복잡한 피서지에서 지내는 휴가 대신 피정분위기에 젖어 영혼 가득 싱그러움을 채워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그리스도인의 모든 삶은 아버지의 집을 향한 큰 순례 여정과도 같다』(「제삼천년기」4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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