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더 테레사를 처음 본 것은 1981년 5월, 테레사 수녀가 첫 번째 한국을 방문했을 때다. 당시 강연 장소였던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구시 봉덕동 소재) 강당은 입구에서부터 마더 테레사를 보려는 인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오래전 일이라 강연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그마한 체구에 두 손을 모으고, 환호하는 청중들에게 상냥한 미소로 화답하던 그녀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난달 26일은 마더 테레사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전세계 가톨릭교회가 그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그가 남긴 사랑의 삶을 기억하는 다양한 추모행사를 가졌다.
테레사 수녀의 삶은 드러난 것과는 달리, 일생 동안 깊은 영적 어두움과 내적 고통을 체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자 마더 테레사 시성 조사 청원자이기도 한 사랑의 선교회 브라이언 콜로디척 신부는 그가 엮은 책 「마더 테레사-나의 빛이 되어라」에서 수녀가 남긴 편지와 생전의 대화를 근거로 테레사 수녀의 내적 고통과 영적 어두움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있다.
테레사 수녀는 자신의 결정과 행동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것인지 고심했다. 때론 동료들의 오해와 따가운 시선 때문에 고통받았다. 테레사 수녀는 그러나 하느님께 바른 길로 인도해주시기를 청하며 끊임없이 기도했다. 교회와 주님의 대리자인 장상들에게 묻고 그 뜻에 순종했다. 깊은 내적 고통 가운데서도 기쁨으로 가득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순명이라는 축복’의 결실이었다.
선교사가 되기 위해 1928년 9월 로레토수녀회에 입회했던 그가 서른여섯 살이던 1946년 9월 그리스도와의 신비한 만남을 체험한 뒤, 그의 표현대로 ‘두번째 부르심’을 들었을때도 내적 확신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기다림’과 ‘의혹’이라는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증언했다.
“저는 로레토수녀회에서 무척 행복했지만, 그 행복마저 포기하고 주님을 따라 빈민가로 가서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 안에서 그분을 섬기라는 부르심을 들었습니다.”
그를 따르는 몇몇 여인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콜카타에서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돕는 일에 헌신한지 2년 만인 1950년 10월 7일, 테레사 수녀는 교황의 승인을 받아 사랑의 선교회를 공식 설립했다. 마더 테레사는 1997년 여든 일곱을 일기로 선종했다. 2003년 시복된 후 현재 시성 절차가 진행중이다.
사람들은 마더 테레사를 ‘살아있는 성녀(聖女)’ 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하느님의 손에 쥐어진 연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위대함을 보여주시기 위해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쓰셨다고 굳게 믿었다.
보통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든 내적 고통과 영적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난한 이들 곁에서 미소와 위로의 어머니가 되어줄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이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 때문이다. 하느님의 사랑, 사랑이신 하느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 만이 그에게 가장 큰 힘과 위로였다.
하느님의 계획이 아무리 알아내기 어렵고, 때론 아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하느님의 뜻은 항상 무한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테레사 수녀는 굳게 믿었다. 무조건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은 하느님에게 자신을 완전하게, 남김없이 봉헌해도 좋다는 확신을 주었다.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열정과 지속성으로 가난한 이들을 돌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확신과 순명의 결과였다.
‘빈자(貧者)들의 어머니’ 테레사 수녀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이것이다.
“하느님을 믿으세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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