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기를 눈앞에 둔 현대인들은 고향을 잃어버렸다. 도시민의 고향, 현대인의 고향인 농어촌은 지금 썩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논밭 가운데 콘크리트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농약으로 뒤범석이 된 농산문을 먹고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바로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자는 한국천주교회의 의지가 「농민주일」을 제정했다. 7월 18일 주일은 한국천주교회가 정한 제4회 농민주일인 것이다. 우리 교회는 1994년 춘계 주교회의 결정으로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출범한 데 이어 1995년 추계 주교회의에서 7월 셋째 주일을 「농민주일」로 설정, 도시산업화로 말살돼 가는 농촌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농민주일 제정은 한국천주교회가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을 전후하여 엄청난 실의와 고통속에서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해 출범시킨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특히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생명의 일꾼인 생산자 농민의 어려운 처지와 고통을 위로하며, 생명의 일꾼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와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동참하기 위한 조처였다.
무엇보다 농민주일은 농민을 위한 주일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농민과 삶을 연대하는 도시 소비자들의 주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안타까울 뿐이다. 농민은 자기 땅을 죽여가면서도 이를 의식하지 못하거나 의식한다 하더라도 당장 눈앞의 이익과 손쉬운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땅 죽이기를 계속하고 있다.
더욱이 도시민들 조차도 이를 부추기고 있는 점은 시정돼야 한다. 공장제품과 같은 농산물을 계속 요구하는 도시민이 있는한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농약을 대량 살포한 제품을 생산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도시민 나아가 전국민의 의식개혁이 선행돼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참으로 우리가 농촌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서이다. 최든 보도되는 수입육류의 다이옥신 공포는 인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배제가 절대적이다. 그만큼 생산비가 추가되는 유기농 제품의 생산, 판매에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실정이다.
당장 내년 7월 셋쩨주일 「농민들의 대희년」기념일에는 보다 많은 도시와 농촌 본당들이 실질적인 자매결연을 맺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는 농민주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이의 「마음의 고향」인 농촌을 살리는 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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