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다녀왔다. 바야흐로 휴가철이 시작되고 있었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자 짭쪼름한 바닷내음과 살갗에 와 닿는 바람이 싱그러웟다. 인간은 자연을 그리워하듯 하느님을 그리는 존재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하느님과 자연 그리고 인간, 생각해보면 정말 아름답고 신비스런 조화이다.
그러나 오가는 길에 마주친 자연은 군데군데 망가져 가고 있었다. 환경신학자 토마스 베리는 자연파괴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영원히 침묵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자연이 하느님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보았다. 그런가 하면 스피노자는 자연이야말로 하느님의 숨결이요 발자취라고 했다.
설악산을 오가는 길에 하나씩 둘씩 사라져 가는 자연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통해 하느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분의 숨결과 발자취를 느낄 것인가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자연을 파괴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믿고 따르는 하느님의 존재양상을 축소시켜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인간 역시 점점 더 하잘 것 없는 존재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 뻔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지키는 일이다.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축복속에 이 땅에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래를 생각하는 정신과 지혜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우선되어야할 신앙인의 덕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을 삶에 그대로 적용시켜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동강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발빠른 투기꾼들이 동강을 관광단지로 개발하려고 눈독을 드이고 있기 때문이다. 댐 거설 반대운동은 동강의 자연상태를 보전하자는 취지에서였는데, 댐 대신 관광개발이라면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돼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환경 선진국이라 불릴만한 캐나다의 정책을 살펴보자. 밴프는 캐나다 로키산맥에 위치한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이곳에는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떼지어 몰려오고 있지만 숙박시설이 터무니없이 모자라 관광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문에 밴프에 숙박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건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캐나다 정보는 5년에 걸친 숙고 끝에 이번에도 이 제의를 거절했다. 밴프에 숙박시설을 더 늘리면 그만큼 환경은 파괴되고, 한번 파괴된 환경을 다시 복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는 게 낫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로키산맥의 자연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게 캐나다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다.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고 후손들이 살아갈 환경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정신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좁은 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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