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동화를 한번쯤은 접하거나 읽었을 것이다. 이 동화는 사과나무가 한 인간에게 베푸는 희생의 정신을 단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무는 어린 소년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심심하면 놀이 상대를 해 주었다. 성장하면서 그런 고마움을 잊어버린 소년은 나무를 잘라 팔아 버린다. 하지만 나무는 아무 조건 없이 그 소년을 위해 책 제목대로 아낌없이 내어주며 오히려 행복을 느낀다.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자기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최소 1500억 달러(약 176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일반인들로선 상상이 가질 않는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세계 시장경제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모든 이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을만한 아름다운 실천이다.
과연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터무니없는 가정이지만 결론은 못했을 것 같다. 아니 생각조차 안했을 것이다. 적당히 생색내며 어느 정도 기부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 하진 않았을까. 모든 걸 아낌없이 우리에게 나눠주신 주님의 자녀로 살아 왔고,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살아갈 내가 이러한데 누가 누구에게 ‘돕고 나눠야 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나눔’. 살아오며 이 말을 많이 듣는다. 서로 부대끼며 사는 인간 세상에서 필요한 덕목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실천은? 앞서 고백했듯이 필자의 경우엔 그러하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게 나눔은 아닌데도 “사는 게 힘들어 조금 여유가 생기면 해야지”라며 애써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살아왔다.
사람은 각자 가진 것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재산을 많이 가졌고, 어떤 사람은 지식과 지혜를 많이 가졌으며, 또 어떤 사람은 재산이나 지식은 없어도 인간에게 꼭 필요한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소유하고 있다.
“나눔은 모든 행복의 근원입니다. 재물을 나누는 것은 조금 나누는 것이고, 지혜를 나누는 것은 많이 나누는 것이며, 사랑을 나누는 것은 모두 다 나누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가지고만 있으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나누어야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느낀 건 나눔이 단지 물질에 한정된 건 아니란 점이다. 가진 게 없다는 사실이 나눔을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이 나눔을 어렵게 만든다.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건 나눌 수 있는 마음의 교감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눈다는 걸 물질로만 생각하면서 세상 사람들은 물질뿐 아니라 사랑을 나눌 마음도 인색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돈이나 양식만이 아닌 삶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나눔이 아닐까.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지난 2008년 사목교서에서 나눔의 기쁨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성숙한 신앙인은 소박한 삶 안에서 어려운 이웃들과 복된 나눔의 기쁨을 삽니다. 곧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 선택한 가난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기쁘게 삶을 나눕니다. 실제로 굶주린 사람, 목마른 사람, 나그네, 헐벗은 사람, 병든 사람, 감옥에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서며 그들 안에서 예수님을 만납니다.”
우리가 ‘이웃’인 까닭은 그냥 가까이 살아서가 아니라 무엇인가 함께 나누기 때문이다. 나눔을 통해 비로소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구현하게 된다는 의미다. 무더웠던 여름을 떠나보내며 나눔의 깊을 뜻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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