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외세로부터 많은 침입을 받았고, 근대에 와서는 급격한 산업발전을 이룬 때문인지 우리 나라 사람들은 지나치게 성급한 면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 등 해외 여행지에서조차 외국인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을 보고 『빨리 빨리!』를 외칠 정도로 조급하고 여유없는 민족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빨리빨리병」이라고까지 지적되는 우리 민족의 조급성은 특히 수없이 많은 부실 공사를 낳았다. 「빨리빨리」를 최고의 능력으로 치는 건설 풍토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사고만도 여러 차례다. 아직도 우리 뇌리에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이 채 사라지디고 전에, 최근 23명의 어린 생명을 무참히 앗아간 씨랜드 참사를 또 한번 어이없이 당하고 말았다.
삼풍사고와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사회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각성의 목소리와 함게 예비 점검 등을 실시하여 사고예방에 전력했다. 국민 모두는 그러한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염원과 믿음 속에 수년을 지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매스컴을 통하여 지금도 많은 교량과 건물이 문제를 안고 있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씨랜드 사건은 그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건설현장의 임시 사무소나 창고용으로 쓰이는 컨테이너 박스가 수련장 정식 건물로 버젓이 사용되기까지의 과정은 다시 한번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적나라하게 부여주었다. 이 사건을 거론하는 것은 잘못을 들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교훈 삼아 다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뜻에서이다. 나중 일은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얼렁뚱땅 일을 처리한 것은 그 일로 야기될 문제들에 대해 전혀 책임감을 가지지 않앗기 때문일 것이다. 사상누각을 지은 당사자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도 아이들을 보살피는데 책임을 다했다면 그렇게 많은 인명 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사고는 항상 「설마 내가 하는 일이 그렇게 되겠는가」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에 큰 사고를 초해라는 것이다. 그것은 내게도 닥칠 수 있는 것이며,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무고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왜 내게만 불운하게 그런 일이 생겼는가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불운해서가 아니다. 불운은 자기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운이 따라주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처음부터 일을 부실하게 처리했거나 진행했다면 징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라는 뜻이다. 설마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기겠는가 하는 생각은 가차없이 지워버려야 할 것이다. 아주 자그마한 일에도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하고 주의를 기울여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요즈음 떠들썩한 삼성자동차 문제만 하더라도 허가 과정과 금융 지원 문제 등을 살펴보면 토목 공사나 건축 공사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과 다를 바 없었다. 삼성자동차가 출범할 때만 해도 우리 나라 자동차 생산업체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이 있어 우린 나라 실정에는 과포화 상태였다. 더욱이 담당장관이 허가할 수 없다고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허가했고, 사업성과 미래에 야기될 문제점들은 제외된 채 지역발전 등의 정치적 명분 속에 이루어졋다. 그리고 금융권은 삼성그룹이라고 하는 최대재벌그룹이 하는 사업이라고 해서 앞다투어 무보증으로 대출해주었다. 중소기럽이 아무리 사업성이 좋은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담보자 보증없이는 한푼도 대출 받을 수 없는 금융 현실을 감안할 때, 금융권 책임자들의 삼성자동차에 대한 무책임한 대출 행위는 바로 「설마 삼성그룹이 잘못 되겠는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삼성자동차 문제가 기업경영적인 논리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논리로 해결하려는 기미가 보이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2년 전 기아자동차가 부도처리 되었을 때 정치적인 논리로 해결이 늦추어지면서 IMF 구제금융을 받게된 직접적인 원인의 하나가 되었던 것을 보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삼성자동차 문제도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또다시 경제적 환란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매우 염려스럽다.
우리 사회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빨리빨리, 대충대충 넘어가는 풍토가 남아있는 한 후진성을 벗어날 수 없으며, 더 이상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아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 책임 질 줄 아는 사회 풍토가 정착할 때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사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로마서에 나오는 말씀을 되새기고 그대로 실천한다면 우리 나라가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여러분은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 사람이 되십시오. 이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 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디를 분간하도록 하십시오』(로마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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