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소통’이란 단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CEO들의 트위터 경영이 화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트위터를 통해 경영복귀를 세상에 알렸고, 박용만 두산 회장이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도 대표적인 트위터 경영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소통은 참여와 공유, 개방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직 내 언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과거 일방통행식이나 폐쇄적인 방법과는 다르다. 하지만 신뢰가 담겨 있지 않은 소통은 되레 조직을 멍들게 할 뿐이다. 무리하게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귀를 열어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다른 부분은 신뢰감을 갖고 대화하다 보면 ‘너와 나’는 우리가 된다는 의미다. ‘경청’과 ‘신뢰’가 소통의 핵심인 셈이다.
첨단 기술의 혜택을 받고 풍요를 누리는 현대인들이지만, 이러한 풍요 속에서도 나날이 자살률은 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를 찾지 못하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해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 욕심만 채우는 사람, 말이 앞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받으려고만 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사람 등등 별별 유형들을 다 만난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서로 얽혀 사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상처를 입지 않으려고 선을 긋고, 정도 주지 않으며,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소통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는 소통의 대가로 불린다. 그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독단적으로 이끌려 하지 않았다.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피해자였던 만델라는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흑인들에게는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줬고, 백인들은 가슴으로 품어 안았다. 일방적인 명령이 아닌 관심과 배려, 신뢰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가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유다.
소통의 가장 대표적인 분은 예수님이시다. 예수님께서는 소통에 장애가 되는 마음자세를 지양하라고 말씀하신다. 그것은 높아지고자 하는 마음, 좋은 자리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러한 자세는 마음의 소통을 단절하게 만들어 화목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 그분은 세상의 갈등과 죄악을 십자가라는 겸손의 자리를 통해 소통의 길을 여셨다. 낮아지는 자리, 약한 자를 돌아보는 자리야말로 부활에 참여하는 은총의 통로요, 그 자리를 마다하지 않을 때 진정한 소통의 자유는 우리 가운데 닫히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소통이 잘 안 되는 불통의 시대인 것 같다. 세대간, 계층간, 남북간, 심지어 가정에서도 일방적인 자기주장만 있고 소통의 부재로 인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내 방식, 내 주장이 아닌 상대방 입장에서 그 소리를 듣고, 그 방식에 따른 표현이 있어야 소통이 이루어진다. 입만 있고 귀가 없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남의 말에 먼저 귀 기울인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소통 방법이다.
이 글을 쓰며 그동안 내 자신이 다른 이들과 얼마나 소통하려 했는지, 무엇보다 주님과의 소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깊이 반성하게 된다. 우린 가장 은혜로운 기도를 통해 주님과 소통할 수 있다. 이러한 기도와 묵상의 시간으로 우리자신은 내면을 더 거룩하게 만들고 하느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될 것이다. 불완전한 존재인 우리가 주님의 자녀로서 의무를 성실히 행하여 그분께서 주시는 은총을 누릴 수 있게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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