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의 역사책 「좌전」에 보면, 『가장 으뜸가는 것은 덕을 세우는 일이요, 그 다음은 공을 세우는 일이요, 그 다음은 말을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또 서경에도 『사람을 희롱하면 덕을 잃어버리고, 물건을 좋아하면 뜻을 잃어버린다』고 했다.
김종필 총리의 「오리발 파문」과 블랙코미디같은 「옷로비 의혹사건 청문회」를 지켜보며 과연 이 시대에 있어 진실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공동여당의 한축인 김종필 총리가 자민련 소속 의원들에게 5백만원씩의 격려금을 나눠준 이른바 「오리발 파문」, 당후원금이라고 공식해명을 했지만 누구도 그 말을 믿으려들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민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도무지 누구의 말도 믿지 않으려 하는 시대에서 진실이란 무엇일까? 믿음이 없는 곳에서 진실이란 한낱 거짓말의 잔치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닐까?
오리발은 총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이 나라의 고관대작 부인들에게도 오리발은 수없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리발’과 ‘블랙코미디’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외치고 부패추방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때를 맞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으니 진실을 캐내어 떨어진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청문회가 어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가 있으랴.
「하늘에 맹세코」,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성경에 손을 얹고」라고 이렇게 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그것을 말 그대로 믿으려는 사람은 없다.
요한복음 1장에 나오는 『태초의 말씀이 계시니라…』라는 구절은 말의 엄중함과 중대함을 일겉는 것이고, 그만큼 이번 고급 옷로비 의혹사건 청문회에서는 온갖 희안한 말들이 동원되었다.
진실을 담은 말보다 사람을 희롱하는 말, 동정을 유발하려는 흐느낌의 말, 덮어놓고 부인하는 막무가대의 말뿐이었다.
성서는 그런 곳에 쓰이는 말이 아니잖는가. 「아니라」, 「모른다」는 말로 사람을 능욕하기 위해 하느님께 약속하고 성경에 손을 얹는다고 그것이 진실이 될 수 있을까?
거짓말을 위해 성경을 동원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들먹이는 것은 분명 십계명의 두가지를 어기고 있는 것이다.
『너희 하느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계율을 어긴 것과 『네 이웃을 모해하려고 거짓 증언하지 말라』는 계율을 또한 어긴 것이다.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온 부인들이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성경을 이용한 사례는, 십계명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일수록 「하늘」과 「하느님」을 자주 들먹인다는 사실을 입증해준 것일 뿐이다.
이 나라 최고 지도층 부인들은 더 이상 하느님도, 사람도, 국가도, 법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데도 그냥 넘어가고 있으니 이것은 또 어찌 된 일인가.
가장 먼저 나라의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나라의 법을 파괴하고 공권력을 회화하고 있다.
증인으로 나온 우리 사회의 최고 지도층 부인들이나, 국회의원들이나 모두가 애국보다는 당파 이익과 개인이익, 자기들 패거리에 대한 충성이 우선이며, 나라가 건국 이후 최대 위기라는 IMF의 관리체제 아래로 들어가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든 말든 과소비의 호화를 계속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이 시대의 진정한 ‘진실’
이제 국민은 정치권의 뻔한 정치놀음에 식상했다.
이제 더 이상 이들로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자각을 일깨워 준 것만이 이번 청문회의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할까?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어떻게 일을 시작하여 어떻게 일을 끝내실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구약 전도서에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결코 진실이란 묻히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말하는 「하느님」이 계신다면 더욱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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