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투가 시작되겠군』
토요일 저녁시간이 되면 주임신부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다. 1만3천명의 신자, 매년 1천명씩 세례를 받는 본당의 주임신부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고 보통 서울의 대형화된 대부분의 본당 신부들이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인격적인 만남을 통한 사목을 한다라기 보다는 마치 전투를 벌인다는(?) 느낌이 든다.
흔히 전쟁이나 전투라하면 뭔가 공포스럽고 삭막하고 피하고 싶은 느낌이 든다. 어쩌다가 사랑을 전하고 주님을 전해야 하는 주일이 신부들에게 삭막하고 공포스럽고 피하고 싶은(?) 것이 되었을까. 신부들에게 주일이 무서운(?) 이유는 한 본당에 신부들이 사목할 수 있는 적절한 인원을 넘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버린 신자분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젠가 밤에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다다랐을 때 창밖으로 서울시내가 빨간 불빛으로 가득한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비행기가 하강하면서 그것이 교회의 빨간 네온사인 십자가라는 것을 알고 는 깜짝 놀랐었다. 수많은 빨간 불 빛만큼 많은 목사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한사람 한사람 따뜻한 관심을 갖고 사목적으로 보살피기 위한 사제 1인당 적절한 신자 수는 얼마일까? 보다 많은 사제들의 탄생이 있어야겠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떠올려 본다. 한 마음이 되어 날마다 열심히 성전에 모였으며 집집마다 돌아가며 같이 빵을 나누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함께 먹으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이것을 보고 모든 사람이 그들을 우러러 보게 되어싿. 주께서는 구원받을 사람을 날마다 늘려주셔서 신도의 모임이 커갔다.(사도 2,46~47)
매번 다가오는 주일이 전쟁이 아니고 평화가 가득한 날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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