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위기의 현상들은 결코 낯설거나 갑작스런 것들은 아니다. 위험성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늘 생활의 편리를 제공하던 익숙한 것들이었다. 환경 호르몬을 유발하는 컵라면이 그렇고, 농부들의 수고를 덜어주던 농약이나 제초제가 그렇다. 수질 오염을 발생신키는 샴푸나 합성세제가 그렇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 에어컨, 공장의 굴뚝, 산업과 개발 현장이 그렇고, 전자파를 발하는 모든 전기용품 및 가전제품이 그렇다. 이런 예를 들자면 수도 없이 많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전체성을 고려하지 않는 얕은꾀에 인간 스스로가 걸려든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이성의 왜곡이 아니고 무엇인가?
무한주의가 이룩한 과학·기술·경제의 지수적 성장에 모두들 경의를 표했지만, 성장의 한계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멸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안다해도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오늘날 환경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시선이다. 왜냐하면 환경파괴와 관련해서 자신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샴푸를 사용하면 수질 오염을 초래한다는 걸 누구라도 알고 있지만, 샤워를 하면서 샴푸 아닌 비누를 집어들기란 쉽지 않다. 무엇 때문인가? 독일의 현대 철학자 비토리오 회슬레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몇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자신의 행동의 직접적인 결과가 분명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설사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된다 해도 자신과는 관계없는 먼 지역의 미래의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자신에게 닥칠 이기적 불안은 고려되지 않는다. 셋째, 개별적인 행동의 변화가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너무나 사소해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넷째, 환경적인 재난은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불가피한 자연현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이 생각한다면 환경이 개선될 여지는 전혀 없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그렇다! 모든 사람이 스피노자가 된다면 우리들의 아름다운 삶의 터전인 지구는 몇 천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것이다. 이 시대에 스피노자가 될 수 있는 길은 곧 생활의 낯익은 것들과 과감하게 이별하고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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