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웰빙’(Well-being)이란 말을 흔하게 듣는다. 주부들 장바구니를 보면 웰빙 상품들의 거센 바람을 감지할 수 있다. 2003년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 바람은 웰빙 아파트, 웰빙 카페, 웰빙 식품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웰빙은 ‘행복, 안녕’이란 뜻으로 ‘잘 사는 것’을 의미한다. 물질적 성공이나 명예보다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바쁜 일상과 인스턴트식품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으로 인생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영위하고자 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사회에 급격히 번지고 있는 웰빙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사회의 웰빙 풍토는 삶의 질을 바꾸기보다 물질적, 소비지향적으로 흐르고 있어, 경제적 사정이 여유로운 사람들만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독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란 저서에서 인간은 소유하려면 할수록 탐욕스러워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진정한 웰빙은 무엇인가? 남들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물질적 행복이 진정한 웰빙일까. 필자는 영혼의 건강이라 말하고 싶다. 육신은 건강해도 마음이 병든 사람이 많듯이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이 영혼의 건강까지 책임져 주진 못한다. 사람들은 명품을 사고 나면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명품을 찾아 나선다. 영혼이 목마르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영혼의 갈증을 배부름으로 채우려고 하니 만족함이 없는 것이다.
웰빙은 균형 잡힌 삶에서 출발한다.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기 위해선 균형이 맞아야 한다. 수레바퀴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과 바퀴를 이어주는 축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신앙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말씀과 기도, 선교, 섬김, 사랑, 친교 등이 균형을 이룰 때 신앙에 건강을 가져다준다.
예수님께서는 산상 설교(마태 5∼7)에서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말씀하신다. 산상설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정직하고 성실한 삶을 강조하고 있다. 곧 모든 물질적인 관심을 절제하고, 마음과 생각과 몸을 주님께로 향해야 한다. 산상설교에서는 아홉 가지 행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일 먼저 마음의 가난을 언급한다. 행복은 물질에 대한 소유의 마음을 비우고 인간의 욕망 중심에서 하느님의 말씀 중심으로 그 축을 옮겨야 찾아온다는 것이다. 세속적인 삶에서 말씀의 삶으로 옮길 때 행복해짐을 일깨우고 있다.
건강과 물질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영적 웰빙이 온전하게 세워져야 비로소 현세의 행복과 만족이 온다는 의미다. 신앙인의 우선순위는 세상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는 웰빙을 추구하기에 앞서 신앙의 웰빙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웰빙 신앙의 목적과 의미가 하느님께 있는지, 사람에게 있는지는 모두가 성찰해보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신앙의 웰빙을 통로 삼아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참다운 교회 웰빙의 방향일 것이다.
신앙의 웰빙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은 마음의 가난과 자비, 평화, 극기, 정직, 기도, 주님의 뜻 실천, 사랑, 헌신, 순종의 삶을 통해 영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의 행복은 물질적 축복만을 추구하지 않고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기쁨을 얻을 때 오는 게 아닐까.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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