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계절이 왔다.
9월 마지막 날 저녁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노벨 문학상은 「양철북」의 독일작가 귄터 그라스에게 돌아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잔인성과 야만성을 고발한 독일의 대표적인 작가다. 7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하인리히 뵐과 함께 그라스는 독일의 지성으로 알려졌기에 예년과는 달리 만장일치로 뽑혔다는 소식이다.
이번에도 노벨 문학상 후보로 마지막까지 거론됐던 작가는 체코의 밀란 쿤데라, 모로코의 타하르 벤 젤로운, 프랑스의 장 마리 끌레지오, 벨기에의 위고 클라우스, 네덜란드의 세어스 누터붐 등 단골 멤버였다. 그러나 어디에도 우리 한국의 작가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흔히들 노벨상의 계절이 되면 왜 우리는 노벨상을 못 받는냐고 묻는다. 미국이 175명,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5명의 수상자를 냈는데, 왜 우리는 못하느냐는 것이었다. 노벨상을 못 받는 것이 국가적 수치이며, 국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자조해 왔다. 외교적 노력이 부족하고 로비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없지는 않다.
노벨상 후보 오른 김대통령
과연 그럴까? 노벨상이라는 것이 국력과 외교력, 로비능력으로 가능한 것이었다면 우리가 못해낼 리가 없다. 올림픽을 개최했고, 월드컵을 유치한 나라가 아닌가?
노벨상은 선진국 그룹이나 OECD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난의 땅, 최빈국에서도 훌륭한 수상자를 냈다.
글리는 바로는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는 모두 136명이나 된다. 다른 분야가 스웨덴에서 심사되는 것과는 달리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의 몫이라고 한다. 후보들 가운데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들어있다는 소식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정치적인 시각에서 구구한 억측까지 늘어놓을 일도 아니고, 우리 자신을 인권국가라고 강변하는 일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김대통령이 올해로 통상 13번째 노벨형화상 후보로 추천되었고, 나름대로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어 수상의 낙관론을 펴는 쪽도 없지는 않지만 지난번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건이 터졌을 때 세계신문협회와 IPI(국제언론인협회)가 잇달아 김대중 대통령에게 공개항의서한을 보내 『홍사장이 정부로부터 명백한 법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비난하는 바람에 일이 잘못 풀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평화상의 향배가 아니다. 바로 그 인권이다. 우리는 지금 동티모르의 인권은 챙기면서 탈북자 문제엔 묵묵부답이다. 인권수호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겠다는 우리 정부는 몇 주전 탈북 중국거주 북한인에 대한 중국대사의 발언에 대해 단 한마디 대응도 하지 못했다.
동티모르 파병이 유엔의 요청에 따른 인권과 인도주의 명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탈북자 보호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이에 못지않은 것이 아닐까!
『햇볕』 운운이 만약 반 인권적 김정일 권력의 공고화에만 기여하고 그에게 핍박받는 이들의 고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면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가?
인권 외면한 ‘인권선진국’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김수환 추기경이 고석준 신부의 안내로 그곳에 머물던 몇몇 탈북자들과 면담 끝에 정보 요로에 협조를 요청하여 그들이 지금 자유의 땅에 돌아와 평화와 행복을 만끽하는 몇 안되는 경우를 빼면 탈북자에 대해 우린 너무나 무관심 속에 살고 있다. 또 국내의 도청방지와 같은 기본적인 국내수준의 인권문제도 그렇고, 미국의 무차별 양민학살 문제도 그렇다. 자칫 잊혀질 뻔했던 노근리 비극의 진상규명문제는 우리가 자주적인 인권선진국인가를 시험받는 시회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외적 이익만 쫓아가는 인권선진국이 한국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정말 노벨상이 무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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