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냐….’ 절묘한 가사가 아닌가 생각하며 한동안 즐겨 흥얼댔던 대중가요 가사를 떠올렸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일명 ‘행복디자이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양한 매체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던 유명 작가 겸 방송인의 자살 소식을 전해들은 순간이었다.
우리 주변엔 불편한 처지인데도 웃음 짓고 사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자신도 모르게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 일명 스마일마스크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작가가 세상을 떠난 것은 우울증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건강악화와 통증을 겪으면서도 ‘행복디자이너’라는 타이틀 때문에 힘든 내색조차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우선 내가 처한 현실이 내가 원하는 상황이 아닐 때다. 미래나 목표가 불안할 때도 우울감이 엄습한다. 또 일반적으로 우울증이 여성에게서 비교적 많이 나타나는 반면 가면성 우울성은 남성 혹은 직장인들에게서 더 잘 나타난다고 한다. 이를테면 남자는 강해야 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이다. 직장 혹은 가정 내에서의 위치 때문에도 부담감을 많이 갖는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서도 20~30대 직장인 70.2%가 스스로 가면성 우울증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행복디자이너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들이 가장 먼저 드러낸 반응은 ‘혼란스럽다’였다. 항상 밝고 기운찬 에너지를 전해오던 사람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잠시 먹먹해진 것이다. “도대체 이 세상에 행복이란 게 있긴 하느냐”는 염세주의식 발언들도 쏟아졌다. 그렇다면 자살에 관해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말, “행복 전도사까지도 목숨을 끊는데 나도 못갈 이유가 없다”는 식의 극단적인 사고를 누가 막을 수 있나. 바로 세속 안에서 복음을 구현하려고 힘쓰며 사는 신앙인들이다.
이 행복디자이너도 평소엔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고 강조했던 이였다. “못생긴 거, 가난한 거, 무식한 건 죄가 아니다. 죄는 딱 한가지다. 열심히 안 사는 죄”라고 잘라 말하던 이였다. 삶에 대한 의지를 누구보다 강조한 이였다.
이제는 말보다 행동이, 삶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금 되새겨야 하는 때다. 온갖 대중매체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입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행복 만들기를 마치 요리 만들기처럼 떠들어대서도 안 된다. 행복행(行) 표지판은 길목마다 있지만, 우린 늘 너무 쉽게 길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비신자뿐 아니라 신자들도 쉽게 질문한다.
“꼭 신자여야만, 복음을 알아야만 행복합니까?”
물론 복음을 알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은 감정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질병과 외로움, 노화, 죽음 등과 맞닥뜨렸을 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앙은 누구나 인생 여정에서 분명히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해답을 제공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온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인생 여정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신앙 안에서는 채울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선 행복전도사조차 행복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네’가 아닌 바로 ‘내’가 응답할 때다.
흔히들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은 둘 중 하나를 잃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생명’을 선택하는 것은 둘 다 얻는 일이다. 또한 타인들에게도 둘 다 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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