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예장동, 교통방송국에서 몇 미터만 더 걸어 오르면 남산 기슭에 자리한 아름답고 편안한 집이 있습니다. 이름부터 운치 있는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
이곳은 문학을 더욱 아름답게 꽃 피우려는 문학인들과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입니다. 매월 격주로 열리는 ‘수요 문학 광장’ ‘음악이 있는 문학 마당’을 비롯해 ‘시민 시 낭송회’ ‘가족 백일장’ ‘자연 사랑 문학제’ 등 여러 행사를 통해 문학인들에게는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시민과 청소년들에게는 문학을 통한 맑은 마음 갖기 운동을 펼치고자 쉼 없이 프로그램을 연구하며 행사를 펼치고 있는 고마운 집이지요. 주변 자연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크고, 어떤 문학 단체보다 순수하게 운영되는 곳이라 마음이 편해서 비교적 자주 드나드는 곳입니다.
엊그제는 그곳에서 좀 색다른 공연을 감상하고 왔습니다. ‘책 읽고 연극하고 놀자∼’ 라는 이름으로 그 이웃에 있는 ‘남산원’ 학생들이 배우가 되어 한마당 신나게 펼친 공연입니다. ‘남산원’은 현재 3세 어린이에서 부터 대학생까지 50여 명이 함께 생활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가족 공동체입니다. 문학의 집에서는 4년 전, 이곳 학생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어 책 읽고 연극하기 행사를 기획했고, 남산원 측의 호응으로 매년 1회의 공연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에는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따르기 마련이지요. 여름 방학을 이용, 현역 연극인들이 직접 가서 지도를 하고, 공연 당일에도 무대 장치 등 연출을 도맡아 줍니다. 연극 지도를 해주신 분은 40대 주부였는데, 원아들이 반항적이고 배타적이어서 처음엔 힘이 좀 들었지만, 부모와 이별한 상처를 바위보다 무겁게 가슴에 안고 사는 그들이 안쓰러워 사랑으로 품었더니 점점 밝아졌다며 기뻐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는 ‘토끼와 거북이’를, 고학년 어린이는 ‘흥부와 놀부’를 귀엽게 연출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청소년들은 밴드에 노래에 무대가 떠나갈 듯 신나게 기량을 펼쳐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잘 꾸며진 무대를 배경으로 전원 사진촬영이 있었는데, 모두들 멋진 포즈를 취하느라 반짝반짝 튀었습니다.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요.
이 행사를 주관하신 문학의 집 김후란 이사장님(크리스티나?시인)은 말씀하셨지요.
“오늘 잠시 이 무대에 섰던 기억이 큰 꿈을 심어 줄 것입니다. 이 추억을 소중히 간직해 꿈을 키우도록 하세요.”
거기에 전옥주 사무처장님(카타리나?희곡작가)도 덧붙였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교실 교단에서 ‘꽃 파는 소녀’ 역을 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연극에 관심을 가졌고, 결국 희곡작가가 되었습니다. 오늘 출연한 여러분도 충분히 작가가 되고 배우가 될 수 있어요.”
어린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또 그것을 연극으로 꾸며 직접 몸으로 연기하면서 정서 함양은 물론,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이 행사가 고맙기 그지없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는 즐거운 저녁 식사. 늘 뷔페식을 차렸는데, 이번에는 도시락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 어린이들이 피자, 닭튀김 등을 선호해 직원들이 손수 도시락을 쌌다는 것입니다. 일회용이라기엔 너무나 예쁜 도시락 속에 담긴 김밥, 피자, 닭튀김, 과일 등을 맛있게 먹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그곳 직원들은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저를 감동시켰지요. 아이들 하나하나 앞으로 손수 덕담을 써서 카드를 전달했거든요. 마음 다해 사랑의 손길을 전하고 있는 문학의 집 식구들에게 박수 박수 박수!
주님, 곳곳에서 외롭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선한 꿈을 품고 당당히 자랄 수 있도록 사랑의 손길 많이 많이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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