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환경운동을 해온 시민단체 녹색연합 장원 사무총장이 「10가지 고백」을 발표해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자신들이 해온 환경운동으로 말미암아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 사과하는 자기 반성과 비판의 목소리였다. 용기있는 지성인이 나이면 할 수 없는 행동이기에 오늘의 신앙인이나 지식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선과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는 허명의 지식인,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자들이 어찌 흉내낼 수 있는 일인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다시 펴본다. 처참한 곤궁과 정신적 압박 속에서 쓰여졌다는 「죄와 벌」에는 참된 자성과 참회가 무엇인지 잘 나타나 있다. 무고한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라스콜리니코프는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 주의를 죽인 것이다』라고 자조어린 독백을 한다. 그러나 초인주의의 우월감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소냐라는 순백한 영혼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참회의 회고록 ‘죄와 벌’
라스콜리니코프는 살인에 의하여 부와 권력을 장악하려 했지만, 그것은 새로운 예루살렘, 지상의 이상향을 건설하기 위한 수단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촛불이 희미하게 반짝이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나자로의 부활」을 읽고 있는 창녀와 그것을 듣고 있는 살인자, 이것이 이 작품의 상징적 장면이다.
『당신은 곧 네거리에 나가서 땅에 펑드려 입을 맞추세요. 그리고 절을 하고나서 「나는 사람을 죽였고」하고 큰 소리로 외치세요. 그러면 하느님께선 반드시 당신을 구원하여 주실 거예요』
운명의 마수에 몹쓸 학대를 받으면서도 소냐는 조금도 인간을 원망치 않고 다만 신의 구원과 은혜를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소냐와 작별하고 돌아오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고백이라는 것이 얼마나 영혼의 위안이 되는 것인가를 비로소 깨달았다.
소냐의 경건한 신앙의 힘이 마침내 그를 정복한 것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소냐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 발에 키스를 한다. 그리고 이 키스는 너에게 한 것이 아니고, 인류의 고뇌에 대한 키스라고 말한다. 소냐는 사랑과 자기희생에 의하여 라스콜리니코프를 구원하고, 결국 자기의 신앙의 세계로 그를 인도했다.
얼마나 감동적인 이야기인가! 특히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은 신앙인들에게 참된 참회의 눈물이 있기에 영원한 구원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유형지 시베리아 감옥 안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간다.
신앙깊은 소냐의 따뜻한 사랑에 싸여 옛날의 허무주의적 초인사상을 뉘우치고 신의 품에 안기는 새로운 기쁨과 평안을 맛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가 있다.
하나의 인간이 점차로 소생되어 가고, 그리고 점차로 강생되어 가는 이야기, 한 세계로부터 다른 세계로 옮겨 가면서 여태까지 전혀 미지의 세계였던 새로운 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실천이성비판」이란 책에서 칸트는 이렇게 말한다. 『언제나 깊이 반성하면 할수록 새로운 감탄과 숭경의 염으로써 마음을 가득차게 하는 것이 둘이 있으니, 하나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이요, 또 하나는 나의 마음 속의 도덕률이다』라고 말했다.
저의 큰 탓이옵니다
이제 우리는 자신들의 마음 속에서 싸움을 시작해야만 한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이 우리의 정신을 순화시키기 위하여, 마음 속에 도덕률이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반성하고 참회하여야만 한다.
참회의 눈물은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따라서 「생각과 말과 행위로 많은 죄를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아혔나이다. 제탓이오, 제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고 고백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릴 수만 있다면 우리는 너무나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간으로 성화될 수 있을텐데….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