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8일 153명의 신자일행이 남북분단 후 처음 공식적으로 발을 디딘 금강산길은 단순한 관광길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금강산을 향한 첫 뱃길이 열리면서 일찌감치 개인적으로 금강산을 찾은 이도 있었고 백두산을 통해 북한 산야를 맛보는 감동을 이미 접한 이들도 있었지만 이번 금강산길은 남한 신자들의 대규모 단위 공식 방북이란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젊은 세대들이 함께 밟는 북한 산야는 그야말로 감격의 현장이었다.
실제 이틀에 지나지 않는 금강산 관광길에서 신자 일행이 디딘 것은 단순한 북한땅의 한 언저리가 아니라 역사의 도정이었고 새로운 역사가 새겨지는 장이었다.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울며 올랐다는 금강, 50대 노부부가 한숨 속에 바라보았다는 봉래, 하느님께 대한 찬미가 절로 흘러나온 풍악, 바라볼수록 새롭다는 개골…. 짧디 짧은 열린 시간 속에 이미 숱한 사연과 역사를 새기기 시작한 금강산은 그렇게 다채로운 감동을 담고 사람들을 맞았다.
그러나 남한 신자들이 금강산에서 만난 것은 북녘의 산야분이 아니었다. 통일의 기운이었고 멀지 않은 통일의 미래가 달려오는 현실이었다. 그 가운데 산을 오른 이들은 통일의 씨앗을 저마다의 가슴에 한 움큼씩 품고 돌아올 수 있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조건없는 사랑으로 껴안아야 합니다』
선상에서 봉헌한 미사 가운데 함께 바친 기도는 그어나 아직 남북이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스스로 느끼게 했다. 자신을 뛰어넘지 못하는 부족한 나눔의 산, 보이는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불신의 산, 용이없어 따뜻한 손 한번 내밀어보지 못한 나약한 마음의 산…. 금강산행길은 그래서 자신의 현재를 밟아보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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