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시계가 마침내 「세계인구 60억」을 알렸다. 과연 우리가 살고있는 이 지구가 수용해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구의 적정수는 어느 정도일까? 제각기 다른 의견,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이 진보를 믿는 사람들은 「문제는 분배에 있는 것이기에」분배의 정의만 제대로 해결하면 인구증가는 크게 걱정할 것이 못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구론」을 쓴 맬더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뿐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인구증가에 비관적인 자세다.
인구의 양적증가는 인간의 질적 삶을 저하시키고, 인류 미래를 불안케 만든다.
지난 12일 60억번째 세계시민으로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태어난 아이를 지명하고 유엔은 전세계의 대표적인 저항작가 14명을 동원해 축하 메시지를 보내게 했다. 이른바 「60억번째 세계시민에게 보내는 편지」가 그것이었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남아공 출신의 반인종차별 시인인 안르예 크록의 이런 편지 내용이다.
60억번째 태어난 세계시민
『나는 가난과 총알과 폭력과 에이즈로부터, 그리고 침묵과 어리석음과 부패한 인간들로부터 너를 지킬거야』
참으로 공감이 가는 메시지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에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추진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곤을 타파하고, 나누는 사회를 재건해야하며 문화와 도덕성을 키워가야 한다고 제시한다.
과연 우리는 지금 그런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가.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사회를 보자.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속세와는 다른 순수한 세계 상아탑, 최근엔 엄청난 반지성적 음모가 이곳에서 폭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병들고 타락했다고는 하지만 설마 진리를 탐구하는 캠퍼스에서까지 총알과 폭력에 동조해서 학생들을 윽박지르고 사학재단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온갖 소름 끼치게하는 행위가 자행된다면 우리의 앞날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러기에 피 끓는 젊은이들이 영일(寧日)없이 데모, 시위, 총장실 점거까지 하는 볼썽사나운 일을 자행하는 게 아닌가.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말과 생각과 행위를 거부하면서도 그 속에서 숨쉬고자라면서 닮은 꼴이 된다.
어제까지 권좌에 눌러앉아 IMF위기를 자초한 대통령이 후임대통령을 지칭하여 「정신나간 사람」,「역사의 죄인」,「역적」이라며 독설을 퍼붓고 「용서할 수 없는자」라며 개인감정을 표출하는 마당에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우러러 볼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를 파괴, 유린하고 언론과 야당을 탄압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데는 동감을 표시할 수도 있지만 앞뒤 안가리고 내뱉는 말 속에는 사랑과 포용과는 동떨어진 독기가 스며있는 듯 싶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 쏟아 붓는 말 속에는 뼈가 있고 수긍이 가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고 행동해야 하는 우리들에겐 지나친 폭언과 과격한 행동은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이러고서도 우리가 21세기를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사랑’은 새천년기 신시계
세계인구 60억을 알리는 인구시계보다 우리는 18초에 한 건씩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우리나라의 범죄시계를 걱정하게 하는 이유가 그런데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우리가 「가난과 총알과 폭력으로부터 그리고 침묵과 어리석음과 부패한 지도자들」로부터 우리들의 다음세대를, 젊은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우리 앞엔 정녕 새천년의 기대도, 멋진 신시계도 기대할 수 없으리라.
사랑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풀어주는데 사람들은 너무나도 가까운 진리를 망각하고 사는 것 같다 할 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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