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어린이도 가끔 보이지만 대부분의 어린이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강보에 싸인 아기를 보는 표정을 보면 언제나 따뜻하고 평화스러웠다.
그날은 친구와 함게였는데 운좋게도 아주 깜찍하게 생긴 계집아이 옆에 앉게 되었다. 친구가 아이 옆에 앉아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네 살이라는 꼬마는 묻는 말에 박받또박 대답도 잘도 했다. 친구가 마냥 즐거워하며 『나 아줌마지?』하고 장난스럽게 묻자 아이는 내 친구의 얼굴을 또렷이 쳐다본 후 『아니야, 할머니야』하고 대답했다. 곁에 있던 아이의 엄마가 웃으며 『아니, 할머니 아니셔』하는데도 아이는 『아니야, 진짜 할머니야』하고 「진짜」를 강조하며 자신감있게 말했다. 친구와 나, 그리고 아이의 엄마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린이는 자신의 눈에 비치는 그대로 말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여 더하지도 덜하짇 않고 사실만을 말한다. 그래서 어린이를 천사에 비유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때 모두 천사였을 것이다. 그 천사들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불의와 적당히 타협하며 친숙해지다보니 죄의 구덩이에서 허덕이게 된 것은 아닌지….
영롱한 눈빛의 작은 천사가 우리 곁에서 사라지자, 평소 『그 좋은 많은 호칭 가운데 하필이면 왜 할머니래?』하며 「할머니」라 불리길 꽤나 싫어하던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너 진짜 할머니래. 할머니란 소릴 듣고도 오늘은 기분 나빠하지 않으니 어째 이상하다? 그런데 친구는 뜻밖에도 밝게 웃으며 『그 애가 진짜 할머니라잖니? 오늘부터 난 드러내놓고 사랑받는 할머니가 되기로 했더』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내 마음 안에 천국이 있고 내 마음안에 지옥도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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