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스무 해가 다 되어 간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어머니 생각이 더 간절하다.
살아계실 때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어머니 마음을,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도 그랬다. 연세가 드실수록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하셨으니까.
마흔 두 살에 나를 낳으신 어머니는 자식 사랑이 참으로 지극한 분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가족이 해외 연수를 떠난 사이 뇌경색으로 자리에 눕게 되셨고, 우리가 돌아온 후 몇 해를 더 고통스럽게 병석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임종이 가까워졌을 무렵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수녀님들이 병원에 찾아오셨다. 불필요한 의학적인 처치로 어머니를 더 고통스럽게 하지 말고 집으로 모시라는 거였다. 어머니를 집에 모시고 와서 열흘가량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서로 용서하며 무엇이든 다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잠든 사이 어머니가 말없이 떠나가실까 봐 나는 어머니 손을 꼭 잡고서야 잠이 들었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날은 며칠이 지난 주일이었다. 목욕 갔던 두 외손자 녀석들이 집에 돌아오자,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어머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숨을 거두셨다. 당신이 이 세상에 남겨놓은 핏줄은 우리 셋이 다였다.
어머니를 병원 영안실에 모실 때까지도 따스한 체온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그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그럴수록 황소바람이 가슴속을 들며나는 바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머니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혼자 중얼거려 본다.
‘어머니, 그곳에서 평화의 안식을 누리고 계시니 편안하신지요?’ 하늘나라에도 전화가 있으면 참 좋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