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이나 일시 위탁운영시설이 아니라 사목센터다.
지난 주, 대전교구가 24년의 기다림 끝에 독립된 사목센터의 문을 열었다.
장애우들의 외적인 생활 지원 뿐 아니라 신앙 성숙의 밑거름이 될 근간이 마련된듯해 더욱 반갑다. 이 건물에서는 지적장애아동들을 위한 주일학교과 시각장애우 레지오마리애, 지체 및 지적장애우 소공동체 모임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각종 교리실과 모임방 외 주방과 성당, 사제관도 갖추고 복합 센터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대전교구는 지난 2005년 장애인사목 전담 신부를 임명하고 불모지나 다름없던 교구 장애우 사목 활성화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장애인복지관을 수탁 운영하거나 대규모 장애우 시설을 여럿 운영하는 타 교구에 비해 교구의 시설 규모는 부족함이 많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담 신부를 임명하면서 대전교구 내에도 교회에서조차도 발붙일 곳이 없던 장애인들의 구심점이 뿌리내리고 사목체계가 더욱 탄탄히 세워지는 변화를 맞았다. 장애인 기도모임에 이어 주일학교, 공동생활가정, 작업활동시설을 비롯한 각종 자립사업들도 이어갔다. 이러한 여정은 장애인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사목적 배려를 펼친 과정으로 의미가 더욱 크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한다는 교회 가르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해서도 여전히 특별한 날이나 행사 때에만 반짝 관심을 보이는 교회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 장애인들은 사목의 사각지대에 가장 오랫동안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이들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 짓는 성당에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는 등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온 것도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은 오랜 시간, 자신들도 교회의 한 일원이라는 의식을 가지려 애써왔다. 더불어 교회 또한 그렇게 품어주길 바랐다. 무엇보다 가장 실제적이고 기본적인 신앙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목적 배려를 기울여주길 기대해왔다.
거창한 지원대책이 아니라 함께 기도하고, 피정하고, 신심단체 등의 활동을 하는 소소한 일상이었다. 그들의 작은 바람과 신앙생활의 기쁨이 사목센터를 통해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 한국교회 안에서는 더 이상 ‘피정이 뭡니까?’, ‘주일학교가 뭡니까?’라고 반문하는 장애우들이 나타나지 않길 바라마지 않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