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주님 품 안에 머물렀다. 이젠 자연스럽게 수도회와 한국교회의 산 증인이 됐다.
지난 주 수도원 두 곳에서 금경축 행사가 열렸다. 후배 수도자들은 행사를 준비하며 존경하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어떤 모범을 배워야할지, 우리에게 어떤 말씀을 남겨주실지 꽤나 궁금해 했다. 그러나 이들 수도자들이 전해준 모범은 그저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온 평범한 일상뿐이었다.
금경축을 맞이한 수도자들은 수도원은 성스러운 곳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인간적 약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들도 여전히 매일매일 갈등하며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고 있다고 토로한다.
인간적인 면모를 솔직히 드러낸 노 수도자들은 그래도 삶을 현명하게 사는 한 가지 길은 오로지 하느님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부도 운동도 먹는 것조차 모두 하느님의 뜻으로 내어놓을 때 길이 보인다고 역설한다. 하느님을 찾지 않으면 사실 자기 자신과 싸울 일조차 없다고 말한다.
수많은 현대인들은 어떻게 하느님을 믿을 수 있냐고 반문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냐고 묻는다. 그리고 수도자들에게서 해답을 얻고자 한다. 수도자들을 영적 모범의 자리에 두고 있는 것이 현대인 대부분의 사고다. 하지만 실제 수도자들은 자신들도 늘 새로운 적응과 쇄신의 과정이 필요하며 매일의 삶에서 갈등과 선택도 연속하며 노력해나가는 삶을 살 뿐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지난 50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일상 자체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도 안에서 빛을 찾아가는 과정을 삶으로 보여준 일생이었기 때문이다. 노 수도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들이 살아온 시간을 통해 ‘현재의 나 자신을 불만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제시했다.
지금이야말로 정신적, 영적 가치를 증거해야할 수도자들의 역할이 필요한 때다. 반세기라는 긴 시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걸어온 수도자들의 소박한 삶은 현대인들이 가져야할 단순하고 깊이있는 삶의 방향을 전해준다. 교회 안팎에서 상처받은 이들을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수도자들도 바로 이들이다.
기도 안에서,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노 수도자들의 모습에서, 이들의 존재 자체가 수도회 뿐 아니라 교회에 큰 힘이 됨을 새삼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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