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끊이지 않는 언론의 자유, 언론탄압, 간섭, 회유 등의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는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다시금 살펴보게 된다.
특히 지금까지 종결되지 않고 있는 소위 「중앙일보」에 대한 탄압시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생각은 없지만 지난번 MBC-TV 토론에서 중앙일보 당사자를 빼놓고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 느낀 바로는 아직도 우리가 이런 민주사회의 원천적인 문제에 매달려 영일없이 논쟁을 벌이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며 자괴감에 빠진다면 확실히 문제는 심각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저항은 더욱 더 집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그들이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견해가 법률에 저촉되는 죄로서 판정되는 경우처럼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B. 스피노자/神學的 政治的 菅見)
국민정부의 언론정책
조선조 중기의 성리학자로서 초야에 묻혀 후학양성으로 나라를 걱정했던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경(敬)과 의(義)를 근본으로 겉과 안이 한결같이 행동함을 중시한 경의(敬義)철학이 그의 사상이다. 그가 백성이 바로 나라의 주인임을 거침없이 천명했다는 점을 오늘 다시 상기하고자 한다. 그는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물 위에 띄운 배』로 서 비유하며 이런 말로 직언했다.
『배는 물 위에 배일 뿐, 물이 배의 것일 수 없다. 따라서 배는 물의 이치를 알아야 하고 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고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라는 내용을 썼던 것이다. 배가 물을 두려워 하지 않으면 물이 배를 뒤짚어 삼킬 수도 없다는 무서운 경고가 담겨져 있다.
정부와 언론은 과연 어떤 관계인가? 언론은 결국 국민의 입인 말의 물길을 트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기에,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정부는 먼저 언론을 맏는 어떠한 일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한다. 한때 언로(言路)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80년대 중반 추위에 떨던 정가에서 이런 말이 터져나온 것은 의외였다. 그러나 언로라는 말은 천년도 넘는 옛날 군웅이 할거하던 중국에서 이미 물꼬를 트고 있었다.
역대의 통치자들은 국민의 입을 막아 세상이 조용해지면, 평안하리라고 믿지만 오히려 이는 패망으로 치닫는 길이다. 몸에 혈기가 넘쳐야 건강하듯, 말의 통로가 흐르는 강물처럼 트였을 때 우리 사회는 활기가 넘치고 건강한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관계도 여기에서 물꼬를 터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제퍼슨만큼 언론의 자유를 옹호한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신문없는 정부」와 「정부없는 신문」을 놓고 어느쪽을 선택하겠느냐는 자문에 그는 주저없이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지 않았는가. 제퍼슨의 자유언론에 대한 신념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신조를 떠나 18세기 프랑스의 인권선언에 뿌리를 들고 있다. 오늘의 미국이 누리고 있는 언론의 자유는 결국 통치자들의 도덕적 결단력과 정치철학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정치 반영하는 언로
중앙일보와 정부가 각기 「언론탄압」과 「비리척결」을 내세우며 어지어룬 논란을 펴고 있고 또 얼마전엔 공중파 TV 3사의 가을개편을 놓고 방송사노조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연맹이 잇달아 「외압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와중에 본인이 진행하는 「SBS 전망대」시사정보프로그램에 외압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가며 본의와는 달리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아무튼 정부의 언론정책이 미묘한 관심사가 되고, 정권핵심부가 의심을 받고 있는 일은 붕행한 일이다. 우리는 과거 군사독재 시대 정권의 「방송, 신문 장악음모」를 온몸으로 겪으며 한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그같은 망령이 되살아 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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