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목민심서 끝장에는 해관육조(解官六條)의 가르침이 있다. 공직자가 공직에서 해면(解免)되었을 때의 태도와 남긴 업적을 검토하고 최후의 순간을 더욱 깨끗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가르치고 있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1999년 8월 31일 교원의 정년단축 조치에 따라 1만7770명이 무더기로 교단을 떠났다. 나도 3년을 앞당겨 34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조용히 교단을 떠났다. 공직자가 소신껏 과업을 수행하고 물러서도 아쉬워하지 아니하면 백성이 존경한다(실의불변 失意不變, 민사경지의 民斯敬之矣)로 했기에 나의 존재와 정체성을 음미하며 며칠을 조용히 보냈다.
오래도록 빌려쓴 공무원 임대 주택을 돌려주고, 조그만 낡은 집을 구입하여 수리하였으나 들여놓을 재산이라곤 책 뿐이니 다산이 말한 맑고 검소한게 더없는 기쁨이라(귀이무물 歸而無物, 청소여석 淸素如昔, 상야 上也)는데 비유하며 스스로를 자위해 보았다.
하지만 국가권력이 62세로 정년을 단축해 좋고 교장이라는 특수계층의 임기는 8년이나 계속시켜 교감, 교사계층의 승진기회를 박탈하여 인사적체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 공무원 승진규정 중 경력평정은 그대로 방치되어 연공서열 그대로이면서도 능력중심이라고 한다.
더구나 전문직의 임용규정은 학교 관리직과의 제한없는 교류가 임시연장으로 악용되고 전문직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현실이면서도 성공적인 개혁이라고 모수자찬이다.
이제 나는 집착과 탐욕으로 점철된 세태를 벗어나 초연히 적정무위(寂靜無爲)의 경지를 맛보고 있지만 교육의 장래를 위해서는 이러한 과제들이 하루 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교원정책의 수립 시에는 이해당사자 계층간의 충분한 의견을 듣고 실시하는 그린 페이퍼(Green Paper)제도를 도입하여 일정기간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안(WHite Paper) 확정하는 합의가 필요하다.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고 하여 자의적(姿意的)인 시책을 양산하는 것은 많은 개인에게 아픔을 주고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더이상의 아픈 상처를 주는 것은 목민관(牧民官)이 아닌 백성을 해치는 살인관(殺人官)이 되어 역사에 남을 것이다. 다산은 이러한 관료들에게 헐뜯음과 칭찬함의 진실과 선과 악의 판단은 반드시 군자의 말을 기다려서 이로써 공안(公案)으로 삼으라(약부훼예지진, 若夫卉譽之眞, 필대군자지언 必待君子之言, 이위공안 以爲公案)는 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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